길을 가다 개미를 밟은 일
나비가 되려고 나무를 향해 기어가던 애벌레를 밟아 몸을 터지게 한 일
풀잎을 꺾은 일
꽃을 딴 일
돌멩이를 함부로 옮긴 일
도랑을 막아 물길을 틀어버린 일
나뭇가지가 악수를 청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피해서 다닌 일
날아가는 새의 깃털을 세지 못한 일
그늘을 공짜로 사용한 일


곤충들의 행동을 무시한 일
풀잎 문장을 읽지 못한 일
꽃의 마음을 모른 일
돌과 같이 뒹굴며 놀지 못한 일
나뭇가지에 앉은 눈이 겨울꽃인 줄도 모르고 함부로 털어버린 일
물의 속도와 새의 방향과 그늘의 평수를 계산하지 못한 일
그중에 가장 나쁜 것은
저들의 이름을 시에 함부로 도용한 일
사람의 일에 사용한 일






감상)그날 밤 나는 키가 십 센티만 더 자라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다 잠이 들었다. 나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두 다리가 떨어져나가는 꿈을 꾸었다. 엄마는 떨어진 내 다리를 잡고 울었고 의사는 다리를 다시 붙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다리는 필요 없으니 한 뼘만 더 긴 나무를 나에게 붙여주면 안되겠느냐고 물었다. 엄마는 계속 울고 있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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