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대 전환점이 될 남북 정상회담의 날이 밝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이다. 11년 만에 열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세계 열강의 각축장이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한반도 냉전 구도 해체의 담대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세계인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분단 이래 최초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다는 점에서 전환기적 남북관계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순간이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다. 이 두 의제에 집중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정상은 미사여구나 감상적 수사, 구구한 형식이나 절차를 버리고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을 담고,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는 핵심 선언이 담긴 합의를 이끌어 내 함께 서명하는 것이 민족의 여망이자 민족사의 사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모토를 ‘평화, 새로운 시작’으로 규정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2000년·2007년의 두 차례 회담과 다른 점은 단순히 남북관계만을 개선하기 위한 만남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여정의 출발이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5차 회의에서 비핵화 목표 달성과 이를 통한 항구적 평화정착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 목표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담판이 될 미북정상회담의 결과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위한 합의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오늘 역사적 회담에서 두 정상은 이른바 ‘4·27 선언’에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어느 시점까지 실현한다. 남북미 또는 중국을 포함한 3∼4자 간 종전 논의를 시작한다. 남북은 평화통일을 위한 상시 협의 기구를 둔다’는 내용을 담아 맹약해야 한다.

과거에 되풀이했듯이 남북 정상 간 선언이 단순한 선언으로 휴짓조각이 돼서는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으로 불리는 선 핵폐기·후 보상의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내세운 북한과 다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우려하고 있는 ‘디테일의 악마’가 있을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운전자 역을 자임한 만큼 악마를 제압하고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끌 길을 열어야 한다.

오늘 협상에 임하는 문 대통령과 우리 대표단은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핵 없는 평화’가 아닌 ‘핵 위의 평화’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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