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에 담긴 종전 선언 재확인 후 북미정상회담서 구체화
종전선언에 엇갈린 시각···비핵화 협상 탄력 vs 핵 위의 평화 우려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이 65년간 유지해온 한반도 정전체제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첫걸음을 뗄지 주목된다.

정상회담 슬로건이‘평화, 새로운 시작’에서 보듯 정전체제를 넘어선 평화체제 구축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꼽힌다.

법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함으로써 북한이 더는 핵무기를 보유할 이유가 없도록 만드는 일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인 동시에 비핵화 협상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회담에서는 무엇보다 북핵 해결의 과정과 평화체제 구축 과정이 사실상 처음으로 병행 가동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평화체제 울타리 안에는 전쟁을 법적으로 끝내는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국교 정상화, 주한미군의 역할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의 향배, 남북 간 해상 불가침 경계선 확정, 평화보장 관리기구의 구성 및 운영,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로의 전환, 군비통제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국제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프로세스가 상호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진행되다가 북한 보유 핵무기의 최종 폐기와 평화협정 발효를 통해 동시에 마침표를 찍는 시나리오를 그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체제 로드맵에 대해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평화협정 체결 전에 종전선언을 과도적 단계로 상정할 것임을 밝힌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관측통들은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10·4선언에 담긴 종전선언 구상의 부활을 떠올리고 있다.

10·4선언에는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당시 3자, 4자가 어느 나라를 의미하는지를 두고 모호성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남북미 3자 간의 선언을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는 10·4선언에 담긴 종전선언 추진 구상을 재확인하거나 ‘평화선언’ 등의 새 이름으로 새롭게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상은 이어 열릴 북미정상회담에서 더욱 구체화한 뒤 우리 정부가 구상 중인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거기서 실제 선언을 하는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평화협정 체결 전에 종전을 먼저 선언하는 구상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의 출발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종전을 먼저 선언할 경우 그 평화의 동력은 향후 협상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

종전선언의 동력을 살려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2005년)에 명시된 대로 북핵 협상 채널과는 별도의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틀을 만든 뒤 비핵화 진전에 발맞춰 평화체제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이 크게 변하는 데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종전을 선언할 경우 한반도는 휴전관리체제에서 종전관리체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휴전관리의 주체인 유엔사령부의 지위와 역할 변화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중요 변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이처럼 중요한 변화가 진행될 경우 모두가 목표로 하는 ‘핵 없는 평화’가 아닌 ‘핵 위의 평화’가 국제사회에서 점점 용인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비핵화·평화체제·종전이 서로 맞물려 가야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비핵화 진전에 맞춰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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