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 교수
마침내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2017년 한반도에 드리워졌던 전운과 비교할 때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전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고, 대화의 주제도 한반도의 평화다.

특히 이번 회담은 남북 정상 간에 처음으로 비핵화를 의제로 산정했다. 이미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후 개최되므로 통일 문제를 주로 다뤘던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논의한 2007년 회담과는 구별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사실상 성패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 여부가 될 것이다.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지속적 발전을 정상회담 3대 의제로 채택했다. 3개 주제는 서로 밀접히 연계돼 있지만,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조치가 있어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하고 남북 관계의 의미 있는 발전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과 미국은 이전과는 다르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질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다.

첫째,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정의이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한국의 대북 특별사절단, 중국의 시진핑 주석, 4월 폼페이오 미 CIA 국장 등에게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고, 지난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과 북부 핵 실험장 폐기의 전향적 조치를 취했지만, 한 번도 공개적으로 비핵화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북한이 언급한 비핵화를 북한 핵능력 무력화보다는 미국이 제공하는 대 한국 확장억제를 제한하려는 시도인 조선반도 비핵화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팽배하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도 수차례 언급한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동일하다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이 확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체제안전 보장 문제이다. 한국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군사적 위협이 감소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의 평화 프로세스도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읽힌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 보장의 구체적 모습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지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청문회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협정이라는] 종잇조각’ 이상을 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 보장안을 확인하는 한편 한국과 미국이 수용 가능한 대북 체제안전 보장안을 만들어 북한과 협상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핵화 방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빅터 차 미 전략문제연구소 한국 석좌 모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으로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을 주창하는 반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까지 보상 불가 방침과 신속한 비핵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차이가 크므로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비핵화 과정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만, 과거·현재-미래의 핵을 동시 다발적으로 다뤄 비핵화 시기를 단축하는 것이 보상을 앞당기는 방법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역사의 한 획이 될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를 위한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의심받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훈 국정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후 밝힌 것처럼 북한의 의지보다는 “상대가 한 말 중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끄집어내 실천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언명의 핵심을 잡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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