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사 잠시 잊고…조용히 걸어요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매우 굵고 크지만 길의 양옆으로 정렬이 되어 있어 숲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이곳 나무들의 대부분 13~15년생으로 담양의 그것에 비해 굵지는 않지만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모습은 장관이다. 게다가 아주 관리가 잘돼 있다.
이곳은 사유지다. 지역민인 장상국 선생이 15년 전부터 선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른 숲이고, 순전히 개인의 힘으로 관리해 온 숲이기에 더욱 경이롭다. 그리고 공들여 조성한 숲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감사하기까지 하다.
숲의 치유물질인 피톤치드는 사람에게도 매우 이로운데, 살균작용이 뛰어나고, 탈취 효과가 좋으며 혈액순환과 피로 회복에 큰 효능이 있다. 또한 심폐기능을 향상 시키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작용까지 하니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숲을 걷는다는 것은 보약 한재를 먹는 것 다름없다. 특히 물에 닿으면 피톤치드 고유의 향이 더 짙게 퍼지는 특성이 있어, 비가 오는 날이나 습도가 높은 날이면 숲은 더 강력한 힐링펙터를 제공할 것이다.
측백나무 역시 강력한 살균력을 자랑한다. 특히 묘지 근처에 많이 심어지기도 하는데 무덤 속에 생기는 벌레를 죽이는 힘이 있다고 한다. 측백 잎을 달인 물은 고혈압에도 효과가 있고, 탈모증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등 다양한 안티 에이징 효능이 있어서 옛날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칭송받아왔다.
매년 경북도와 영덕군에서 공무원들이 방문을 하는 데 뚜렷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선생 역시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숲까지 들어오는 좁은 진입로가 하천공사를 겸해서 새로 다듬어지고 있는데 조금 더 넓어지게 될 것은 기대하고 있다.
정작 숲을 관리하는데 생겨나는 애로사항은 도나 군의 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라고 한다. 매번 주차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한가득 주워내고, 숲 사이사이에 버려놓은 쓰레기를 수거하는데도 힘이 든다고 한다.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숲 한가운데 지어놓은 화장실도 폐쇄한 지 오래됐다. 도무지 관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방문자들은 조금 감사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좋은 숲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 조금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철저히 손님의 입장으로 다소곳한 마음으로 다녀가자. 숲에는 아무것도 놓아두지 않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다음 사람에게, 우리의 후손들에게 숲이 이어질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