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TV시청···"오늘 냉면 먹자" 냉면집 손님 몰려

‘2018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27일 오전 대구 동대구역에서 시민들이 남북 두 정상의 첫 만남을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게 된 27일 대구·경북 시민들은 지역 곳곳에서 TV와 스마트폰을 통해 중계뉴스를 시청하며 남북 정상회담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밀한 모습을 보며 평화통일에 한걸음 다가서길 기대하고 있다.

전 국민의 시선이 ‘2018 남북정상회담’에 몰린 가운데 대구 지역 내에서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봤다.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기원을 바라는 현수막이나 집회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고 관계기관과 일부 교통 중심지에서만 높은 관심을 보였다.

27일 오전 동대구역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이용객들이 대기실 등의 좌석 앞에 설치된 TV로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봤다.

오전 9시 32분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의 집에서 나오자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춰 TV로 시선을 돌렸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은 이어폰을 꽂은 채 휴대전화로 생방송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휴가를 나온 현역 군인도 팔짱을 낀 채 진지한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약 5분 뒤 판문각 문이 열리며 김정은 위원장 일행이 나와 계단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자 시민들은 ‘오!’, ‘이야!’ 등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했고 그 모습을 본 시민들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 등 기분 좋은 반응을 보였다.

개인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한 최 모(30·여·서울 구로구) 씨는 “정상회담 배경이나 과거 역사에 많은 지식은 없지만, 우리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는 것에서 뭔가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며 “남은 일정도 잘 진행돼서 남북이 평화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대구 중구에 있는 북한이주민지원센터에서도 직원들이 모여 정상회담을 지켜봤다.

일부 직원들이 탈북민의 정착 지원으로 가정방문 등 외근을 나가면서 모든 직원이 정상회담을 볼 수 없었지만, 센터 내에 있던 직원들은 성공적인 회담을 기원했다.

일 년 동안 약 6000∼7000건의 상담 건수를 진행하는 센터 직원들이 누구보다 탈북민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우리가 탈북민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단체이고 현재 50명의 정착 지원을 돕고 있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통일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도 좋고 박수도 치고 했다”며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첫 교류 등에서 기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시 공무원들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남북 정상이 판문점을 향해 나서는 모습과 만나는 순간을 TV로 시청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집무실에서 두 정상이 만나는 순간을 조용히 지켜봤다.

권 시장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한다”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와 성실한 실천으로 이어져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가 개막되길 희망한다”고 대변인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지역 내 일부 냉면 가게는 하루 동안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찾기도 했다.

올해 개업 50년을 맞은 부산안면옥은 “아직 날씨가 아직 꽤 덥지 않은데도 손님들이 평소보다 많이 온 것 같다”며 “손님 중에서 ‘오늘은 냉면을 먹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도 나와서 아마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포항시민들 또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며 뜨거운 관심을 표출했다.

27일 오전 9시 30분 포항시 남구 상도동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직원과 승객 등 50여 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터미널 대기실에 설치된 TV에 인민복을 입은 김 위원장의 모습이 나타나자 서로 얘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시선이 화면으로 쏠렸다.

엄마의 품에 안긴 채 무슨 일이냐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에게는 이번 회담이 생애 첫 남북 정상의 만남이었다.

이윽고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순간을 지켜본 시민들에게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11년간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안내해 두 정상이 다시 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본 사람들에게서 탄성이 나왔다.

시민들은 ‘깜짝 월경’ 등 이전에 볼 수 없던 장면들을 확인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미소를 지었다.

해병대 윤기봉 상병(21)은 “남북 정상이 서로 다른 나라의 대표로서 만나는 모습을 보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며 “평화통일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한층 발전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포항시민 김 모(61) 씨는 “정치적 목적이 숨겨진 만남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회담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 대흥동 중앙상가도 마찬가지로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카페와 서점을 비롯한 각종 상점 내 비치된 TV를 통해 상인과 손님들은 주문과 계산도 잊은 채 회담 중계를 시청했다.

한 카페의 손님 중 5명은 이날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테이블에 모여앉아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회사원 최 모(42) 씨는 “이번 회담은 앞선 정상회담보다 실무자 접촉도 많았다는 소식을 들어 실질적인 결실을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다만 남북이 앞으로 어떻게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 뿐 아니라 거리를 지나가던 외국인들도 회담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매튜 (Mathew·27·미국) 씨는 “영일대를 구경하기 위해 포항을 찾았다”며 “오늘 같은 역사적인 날에 한국을 방문해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같은 날 포항시 북구 창포동의 한 경로당에서는 이번 회담을 누구보다 바라던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동의 순간을 함께했다.

어르신들 중에는 직접 전쟁을 겪으며 피난했던 시절과 전쟁통에 태어나 배고픈 시기를 보낸 기억 등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박 모(78) 어르신은 10살의 소년이었던 6·25전쟁 당시 2살도 안된 동생을 업고 어머니의 손을 잡은 채 6개월에 걸친 피난민 생활을 경험했다.

박 어르신은 “황해도부터 가족과 함께 목적지 없이 무작정 산과 들을 걸었다”며 “북에 남았던 친척들은 잘 지내는지 항상 궁금하다”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통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