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표준시 ‘협정세계시(UTC)’는 경도 15도마다 1시간씩 시간이 달라진다. 수도 서울과 북한 평양은 경도가 거의 같아 세계시로는 시차가 없다. 

우리가 쓰는 표준시는 지난 191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 표준시인 동경 135도에 맞춰 표준시를 변경했다. 당시 일본의 지배하에 있던 우리나라는 이를 따랐다. 이후 이승만정부가 1953년 표준시 기준을 동경 127.5로 바꿨지만 1961년 박정희정부가 또 다시 동경 135도로 기준을 변경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도 이 동경 표준시를 사용하다가 지난 2015년 8월 15일을 기해 기존에 쓰던 표준시 기준인 동경 135도를 127.5도로 바꾸고 ‘평양시’라고 이름 붙여 사용했다. 북한은 평양시를 채택하면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남북의 시간이 30분 차이가 나게 됐다. 서울이 12시면 평양은 11시 30분으로 우리보다 30분 느렸다. 이 때문에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과정에서 취재기자 간 표준시 때문에 잠깐 동안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에서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기준에 맞춰진 동경 표준시를 우리 실정에 맞게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표준시 변경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크고 주한미군의 군사작전 등의 문제와 직결돼 동경시를 사용하고 있다.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 달랐던 서울의 시곗바늘과 평양의 시곗바늘이 일치하게 됐다. 29일 청와대가 ‘북측이 평양 표준시를 서울시간에 맞추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서로 간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을 생각해서 북한이 우리와 표준시를 맞춘 것이다. ‘시간의 통일’이 먼저 이뤄진 것이어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표준시를 정하고 보급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통일 한국의 국민을 위해 이참에 장파 표준시방송국을 비무장지대(DMZ)에 세우자는 안을 내 놓아서 관심을 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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