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이종철·실향민 2세 조병휘 씨 인터뷰

실향민 이종철 씨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생각과 향후 희망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북 정상 회담 자체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화해 분위기가 잘 조성되고 있는 만큼 남북이 힘을 합쳐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황해도 연백군 해월면 운산리가 고향인 실향민 1세대 이종철(85·포항시 북구 상원동) 씨는 “정상 회담에 대해 비록 100% 만족은 못 하지만 다들 애썼다”며 “앞으로 경제·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분야에서 남북 협력이 잘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14살 때 공부하러 개성에 갔다가 3·8선 분할, 학도병 징집, 육군으로 참전 등을 거치며 서울 등에서 거주하다 포항에 정착했다.

그는 “살아생전 선대 묘가 있는 고향에 한번 가보면 좋겠다”며 “다만 연백군이 이승만 박사의 고향이라 ‘반동분자 마을’로 낙인 찍혀 많은 사람이 희생돼 가족·친지들이 있을지 의문이어서 ‘가봐도 소용없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단언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보기로 한 만큼 등 남북 화해 무드 조성 기반은 벌써 닦여 있는 상황이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실향민 출신으로 분단의 아픔을 잘 알고 있고, 김정은도 해외 유학을 다녀온 만큼 세계정세를 알 것으로생각하기 때문에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특히 “남과 북이 각자 보유한 풍부한 자원·값싼 노동력·높은 기술력 등을 합치면 서로 이득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6·25 전쟁에 참전해 수많은 전우의 희생과 죽을 고비를 넘겨 밀알처럼 살아남은 경험을 통해 전쟁의 비참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평화를 위한 기초를 잘 닦아 달라”고 당부했다.

조병휘 이북도민 포항시연합회장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실향민 2세인 조병휘 (66·포항시 북구 우현동) 이북도민 경상북도 포항시연합회장도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를 내비쳤다.

조 회장은 6·25 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군이 고향인 부모가 피난을 왔던 강화도 교동에서 1952년 태어났다.

유년 시절 강화도에서 살다 대학 진학과 직장생활 등을 거쳐 아내 고향인 포항에 온 지 20년이 넘었다.

조 회장은 “개인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따뜻한 봄날 남북 정상이 만난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서방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통일만 되면 배를 타고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강화도에서 새우젓·조기 등을 인천·서울 마포 등에 파는 수산업에 종사하셨다”며 “어린 시절 강화도에서는 ‘저기 사람하고 피난민이 간다’라고 말할 정도로 시선은 차가웠고, 토지를 소유할 수 없어 주민들이 수확하고 남은 배추로 뒤늦게 김장을 하는 등 피난민 생활은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포항에서만 1·2세대 실향민 2만 명, 그리고 수백 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이탈주민이 살고 있을 정도로 ‘제2의 이산가족’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슬픔이 계속되질 않게 후배들에게 항상 힘을 키울 수 있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했다.

이종철 씨는 “80여 년 살아보니 우리 국민성은 패거리를 만들고 협력을 잘 못 한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며 “남북뿐만 아니라 동·서, 지역 내에서도 많은 화합과 상호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북한은 속임수에 능하고 지난 2차례의 정상회담도 반면교사 삼아 진지하고 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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