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나 청설모가
입안 가득한 상수리 열매를 어쩌지 못해
도린곁 어웅한 데다
그걸 파묻어 버리곤 더러 잊는다고 한다
나 같으면 나무 십자가라도 세워 놓았을 그곳을 까맣게 잊어버린 탓에
먼 훗날 푸른 어깨를 겯고 숲이 나온다 한다

기억보다 먼저
망각이 품고 나온 숲,
용서보다 웅숭깊은 망각,
어딘가 잊어 둔 파란 눈의 감정도
여러 대륙에 걸쳐 사는 당신도
어쩌면 망각을 옹립한 탓에






감상)청보리투어가 한창인 때다. 한 친구는 청산도로 보리를 보러간다 했다. 포항근교, 구만리에도 보리밭이 파도처럼 일렁이곤 했다. 이제 그곳에 보리가 뽑혀지고 유채가 심어질 거라 했다. 이제 보리를 보려면 포항을 떠나야한다. 그 푸른 꽃을 왜 어떤 사람들은 꽃이 아니라 할까. 그들은 기억을 도대체 어디에 묻어두었을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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