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상회담 성사 김 전 대통령, 중앙도서관 앞뜰에 주목 심어
김일성종합대학 건물 닮은 배경 중앙도서관도 화제

▲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앞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6년 3월 21일 직접 심은 ‘주목’ 나무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본관 2호관과 닮은 중앙도서관 건물도 화제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앞뜰에는 높이 3m 남짓의 주목(朱木) 나무가 있다. 학생과 교직원들은 무심하게 지나치지만, 이 나무는 아주 특별하다. ‘김대중 나무’여서다. 2006년 3월 21일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심었다.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교주(校主)’로 이름을 올린 영남대와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이어서 더 특별하다.

12년간 관심 밖이던 영남대의 ‘김대중 나무’가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는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13일 북한 평양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남북 간 교류 활성화 등을 담은 6·15 남북 공동 선언을 이끌었다. 행정학과 2학년 정윤지(20·여)씨는 “평소에 도서관을 다니면서도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최초로 성사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2006년 3월 21일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뜰에 기념식수를 하고 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영남대는 1970년 전국 최초로 설립한 통일문제연구소를 창구로 ‘동서화합과 새로운 화해시대를 여는 프로젝트’로 2005년 7월부터 김 전 대통령 특별강연과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추진해 우여곡절 끝에 성사시켰다. 2006년 3월 21일 오전 10시 이희호 여사와 영남대를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은 중앙도서관 앞뜰에 주목을 심은 뒤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영남대박물관 수장고에 보관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 친필휘호. 영남대박물관 제공.
김태일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애초 고사했다가 박 전 대통령과 화해의 의미를 찾고자 수락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고, 그 연장선에서 남북 간 화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와 평화통일시민연대가 공동 주관한 특별강연에서 ‘남북의 화해·협력과 민족의 미래’를 주제로 2000년 합의한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강조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 미국이 진전된 반대급부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영남대에 특별한 것도 남겼다. 지금은 영남대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실사구시(實事求是)’ 친필 휘호다. 김 전 대통령의 일생 전반에 녹아든 삶과 정치 철학이자 ‘실사구시’는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일을 뜻한다. 공리공론을 떠나서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ㆍ객관적 학문 태도를 뜻하는 것으로 김 전 대통령의 인생 지표이기도 하다.

우동기 당시 영남대 총장(현 대구시 교육감)은 김 전 대통령의 영남대 방문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어두운 시대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동서화합의 상징적 의미가 컸다”면서 “영남대 교주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간의 화해 측면에서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 영남대 중앙도서관보다 한층이 낮지만 서로 닮아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2호관 전경.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공.
‘김대중 나무’가 있는 영남대는 북한 관련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중앙도서관 건물이 김일성종합대학 건물과 닮아 있는 배경에 관한 이야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중앙도서관을 지을 때 김일성종합대학에 고층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놓고 자존심 경쟁을 벌였고, 20층짜리 김일성종합대학 ‘2호관’보다 한층 더 높게 지으라고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결과물이 지상 21층의 영남대 중앙도서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태일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해 현지 교수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영남대 중앙도서관보다 김일성종합대학 건물이 더 위용이 있고 면적이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면서 “실제로 양 대학의 건물을 비교해보니 이런 비화가 탄생할 만 했다”고 말했다.
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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