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상회담 성사 김 전 대통령, 중앙도서관 앞뜰에 주목 심어
김일성종합대학 건물 닮은 배경 중앙도서관도 화제
12년간 관심 밖이던 영남대의 ‘김대중 나무’가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는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13일 북한 평양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남북 간 교류 활성화 등을 담은 6·15 남북 공동 선언을 이끌었다. 행정학과 2학년 정윤지(20·여)씨는 “평소에 도서관을 다니면서도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최초로 성사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와 평화통일시민연대가 공동 주관한 특별강연에서 ‘남북의 화해·협력과 민족의 미래’를 주제로 2000년 합의한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강조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 미국이 진전된 반대급부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영남대에 특별한 것도 남겼다. 지금은 영남대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실사구시(實事求是)’ 친필 휘호다. 김 전 대통령의 일생 전반에 녹아든 삶과 정치 철학이자 ‘실사구시’는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일을 뜻한다. 공리공론을 떠나서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ㆍ객관적 학문 태도를 뜻하는 것으로 김 전 대통령의 인생 지표이기도 하다.
우동기 당시 영남대 총장(현 대구시 교육감)은 김 전 대통령의 영남대 방문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어두운 시대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동서화합의 상징적 의미가 컸다”면서 “영남대 교주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간의 화해 측면에서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중앙도서관을 지을 때 김일성종합대학에 고층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놓고 자존심 경쟁을 벌였고, 20층짜리 김일성종합대학 ‘2호관’보다 한층 더 높게 지으라고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결과물이 지상 21층의 영남대 중앙도서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태일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해 현지 교수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영남대 중앙도서관보다 김일성종합대학 건물이 더 위용이 있고 면적이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면서 “실제로 양 대학의 건물을 비교해보니 이런 비화가 탄생할 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