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시·군별 만찬장 찾아 눈도장 찍기 분주
예산 11억여원 들여 1년간 준비한 상주시 노력 '물거품'

지난 27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56회 경북도민체전 개회식을 찾은 시장·군수와 국회의원등 정치인, 선수단이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대거 이탈해 마련한 자리가 텅 비어있다.
‘경북도민체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개회식이 이렇게 썰렁해질 바엔 아예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지난 27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56회 경북도민체전 개회식이 끝나기도 전 내빈석을 찾았던 시장·군수와 국회의원 등 정치인, 경기장에 입장했던 선수단이 공식 행사가 끝나기도 전 대거 빠져나가면서 개회식 무용론이 제기됐다.

300만 경북도민의 우의와 화합을 다지는 연중 최대행사인 경북도민체전은 매년 대회 개최지에만 경기장 시설보수비와 교통인프라 확충 등 100억 원 내외(기정 예산 제외)의 예산을 투입해 대회를 준비해 오고 있다.

상주시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도로망 구축 등 기정예산을 포함해 약 150억 원 가량을 대회 준비에 쏟아부었다.

상주시는 대회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개회식에만 11억여 원을 투입해 상주를 찾는 선수단과 관광객들에게 보다 재미있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행사 마련을 위해 1년 넘게 머리를 맞대 왔었다.

이를 위해 상주 출신의 가수인 방주연 씨의 개회식 사전공연을 시작으로 식후공연에는 월드스타 싸이를 초청하는 등 성공적인 개회식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을 기울였지만 대회에 참석한 시장·군수와 부시장·부군수, 국회의원 및 시·군의회 의장단, 도의원 등을 비롯한 정치인과 선수단 등 이번 대회 주인공들이 개회식 도중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자리가 텅텅 비어 버렸다.

실제 이날 개회식에는 19개 시군 시장·군수 등이 참석했지만 개회식이 끝날 즈음 내빈석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대리, 이철우(김천) 국회의원, 이정백 상주시장과 김영석 영천시장 등만 덩그러니 남았다.

사정은 운동장 중앙에 마련된 선수단 석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단은 각 시군 선수단이 경기장 입장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 개회식이 끝날 무렵에는 절반 이상이 개회식장을 빠져나갔다.

특히 이번 대회 입장식장에는 과거 일반 관객의 경우 관중석에만 앉도록 했으나 상주시가 식후행사에 월드스타 싸이 등 인기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에 대비해 운동장 내에 6000천 석을 미리 마련해 중고교생 등 청소년들이 자리를 꽉 메워 잡아 텅 빈 선수단석과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진 가장 큰 원인은 개회식 시간과 각 시·군이 마련하는 만찬 시간이 중복된 데서 비롯됐다.

이날 공식 개회식은 오후 6시 개식통고에서부터 1시간 40분에 걸쳐 진행됐고, 대부분의 각 시·군별 만찬은 오후 8시부터 마련돼 행사장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개회식 도중 자리를 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가 제7회 전국동시지방대회를 앞두고 열리면서 선거출마자들의 경우 각 시·군별로 수백 명에 이르는 선수단 및 종목별 임원 등이 모이는 만찬장에 참석해 인사를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게 받아들여 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개회식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들의 면면을 봐도 김관용 도지사와 고우현 도의회 의장 대리, 김영석 영천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며, 이정백 상주시장은 주최도시 시장이었다.

결국 이철우 국회의원만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군 중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회 개회식이 정치인들과 선수단의 대거 이탈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자 경북도체육회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의식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도민체전이어서 그런지 개회식에 참석했던 분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 사실”이라며 “대회가 끝난 뒤 중지를 모아 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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