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원인 규명을 두고 포항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11·15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소 연관성 입증 논문이 발표된 이후 시민들이 하루빨리 지진 원인 규명을 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당장 지열발전소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그간 포항시민들은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진앙과 가까운 곳의 지열발전소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짐작을 하고 있었는데, 국제 권위지에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되자 지역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27일 자 논문에서 ‘2016년부터 시작된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규모 5.4의 지진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이진한 교수·부산대 김광희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이 지난 40년간 포항 흥해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일부 과학자들이 지난해 11월 포항 강진 발생이 진앙과 600m 정도 떨어진 지열발전소가 발전을 위해 지하로 물을 강력하게 주입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가 국내외 전문가 10명과 상시 자문단 2명 등 10명으로 포항지진조사연구단을 구성, 지난달부터 정밀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1년간 연구분석을 할 계획이어서 그 결과가 나오려면 내년이나 돼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원인 규명과 관계없이 권위지의 지진과 지열발전 연관성이 발표돼 정부의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논란이 일 소지가 크게 됐다.

연구진은 지열발전소가 지하 4㎞ 이상의 구멍 두 개를 뚫어 물을 주입하고 빼내 수증기로 발전기를 돌리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수압이 지층을 갈라지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또 지하 4.5㎞ 두 구멍의 끝이 최초 지진 발생 위치와 일치한다는 점과 1978년 이후 2015년까지 포항 흥해에서 규모 2.0 이상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열발전소에 물을 주입한 2016년 이후 흥해지역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네 번 발생한 점을 11·15 포항지진의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주장대로라면 포항의 지진이 유발 지진(사람에 의한 지진)임이 입증되는 셈이다.

포항시가 ‘범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정부의 신속한 원인 규명과 폐쇄, 보상 등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논란이 증폭돼 실질적인 대책보다 논란만 키울 가능성도 있다. 지진으로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아직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는 1년이 걸리는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 시민들에게 조사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설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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