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려고 태어났다. 말을 하지 못해서 태어났지. 누구든 내 잠을 깨운다면 그 말을 하겠네. 나는 쫓겨날 줄 알았고 쫓겨나서도 쫓겨나는 줄 알았고 그래서 네 발을 핥고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고 말하겠지. 나를 버렸으니 네가 불쌍한 거야. 네가 가슴 아픈 거야. 그걸 모른다면 몰라서 더 불쌍한 너의 발을 핥고 빨고 씻어주었지. 말 못 하는 내가 오늘은 어디서 잠을 이루고 오늘은 누구한테서 음식을 받아먹고 또 오늘은 어느 집 개에 몰려서 쫓겨 다닐까? 죽었다고 한다면 안심이 될까? 네 마음. 살았다고 한다면 한숨을 놓을까?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나는 마음인데. 나도 마음이고 너도 마음인데 말 못 하는 내가 말 못 하는 내게 하는 말을 어찌 알겠니? 잘 가라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울먹거리는 말도 나는 다 알아듣는데 나는 기어이 모르고 있다네. 몰라서 잠들었다네. 어느 길바닥에 나를 맡겨버리고 돌아간 너의 흰색 승용차를.






감상) 나는 국수가 먹고 싶은데 당신은 자꾸 고기를 주더라. 고개를 흔들었는데 그 순간마다 당신이 먼 산을 보더라. 나도 따라 먼 산을 봤는데 아무 것도 볼 수 없어서 당신에게 물었지. 그런데 대답대신 고기 한 점을 내밀더라. 어쩔 수 없이 받아먹었지만 나는 여전히 먼 산이 궁금하더라. 국수는 여전히 잊혀지지 않더라.(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