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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지열발전과 연관성이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사이언스지에 발표되자, 포항의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포항시를 비롯한 지역 정가에서 재해 책임론과 정부대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포항의 지진피해는 매우 크다. 시민은 그로 인한 주거불안과 아파트 가격하락은 물론, 지역의 장래와 발전에 대한 불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진도 7.0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학계 의견도 있으므로 지진에 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및 피해보상은 정부의 중대한 정책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포항과 경주지역은 우리나라의 산업과 문화를 대표하는 곳인데, 이곳이 지진 우려 지역이므로 국가적으로 걱정이 크다, 더구나 환태평양시대를 앞두고 경주·포항·울산지역을 연결하는 동해안 문화산업해양 벨트는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우려는 더욱 중차대(重且大)하다.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단층이 존재한다는 설과 지열발전 탓이라는 설 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이번 사이언스지의 논문에 의하여 지열발전소 설이 탄력을 받게 되었다. 먼저 작년 포항지진 발생 직후 원인으로 지열발전을 언급한 이진한 교수와 김광희 교수는 지열발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하 암반에 고압의 물을 주입, 틈새를 만드는 수압 파쇄를 위해 지하에 구멍을 뚫어 물을 주입하는 구간과 포항지진의 진원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둘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한다. 스위스·독일·영국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 ‘DESTRESS’의 공동연구에서도, 포항지진의 진원 위치와 지열발전 시설과의 근접성, 위성 데이터로 추정한 단층 운동 등을 분석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실증시험 과정에서 주입한 유체(물)의 압력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론 이 두 편의 논문이 포항지진의 완전한 원인을 밝힌 건 아니고 앞으로 더욱 입증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필자는 여기서 다음의 몇 가지 근거로 포항지진의 피해보상과 근본적인 지진대책이 시급하다고 본다.

첫째, 법적 의무이다. ‘헌법’ 제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재난관리의 기본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조는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라 하고 동법 제3조는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주요 재난에 대한 예방·대비·대응·복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고 규정한다.

둘째,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 설립과 어느 정도라도 관계가 있다면 정부의 과실이나 정책실패가 원인이므로 그 보상과 향후 안전대책은 더욱 철저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셋째, 정부 책임이 입증되지 않고 과실이 없다 하더라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정신과 별도로 민법상 인정되는 무과실책임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고의 또는 과실이 없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과실책임주의(過失責任主義)는 시민의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였지만,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의 진보, 대기업의 발달은 과실의 유무를 불문하고 피해시민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현대국가의 추세며 법리이기 때문이다.

넷째, 동양전통의 치산치수 사상과 국가가 국민의 삶을 돌본다는 유교적 전통으로 보아서도 죄 없는 국민의 피해는 광범하게 보상되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포항은 물론 인근 지역을 포함하는 동해안 문화산업 벨트에 거주하는 국민에게 현재의 안전과 미래의 발전이라는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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