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 만들기 위한 ‘첫 조치’

남북이 1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반세기 넘도록 체제대결 등의 수단으로 이용해온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작업에 돌입했다. 사진 위는 이날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 소초 장병들이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설치된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모습과 아래는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탈곡장에 인공기와 방송차량, 스피커가 보이지 않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남북이 1일 반세기 넘도록 체제대결 등의 수단으로 활용해 온 군사분계선(MDL) 일대 확성기 방송시설 동시 철거작업에 돌입했다.

남북정상회담 나흘 만에 이뤄지는 이번 상호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신속히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비무장지대(DMZ)를 실제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첫 조치로 평가된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파주 인근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을 시작으로 전체 시설에 대한 철거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을 운용하는 국군심리전단은 확성기 제작업체의 안내를 토대로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운용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은 이동형 10여 곳, 지상 고정형 30여 곳 등 모두 40여 곳이다.

차량형 이동식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에서 후방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지상 고정형 확성기는 철거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 인근 최전방 부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반세기 넘도록 체제선전 도구 등으로 이용돼온 확성기의 철거는 남북 화해 국면의 도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국방부는 이날부터 시작된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작업을 북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대북 방송 중단 때도 사전 통보 절차는 없었다.

군 관계자는 “북측이 우리 측의 선제적인 조치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별도로 사전 통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북측은 이날 오전부터 서·중·동부전선 등 MDL 일대 여러 곳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한 동향이 포착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오늘 우리 군이 확성기를 철거하는 상황인데 오전부터 북측을 주시한 결과, 오늘부터 북한군도 전방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북측은 전체 전선에 걸쳐 여러 개의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MDL 일대 40여 곳에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은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이 지상 고정형이다.

북한은 우리 군이 지난달 23일 확성기 방송을 모두 중단하자 이에 호응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모두 중지했다.

확성기 방송은 남측이 먼저 중단했지만, 철거작업은 북측이 먼저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시작돼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북한은 1962년부터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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