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봉우리에 솟아있는 늠비봉 5층 석탑

경주남산윤을곡 마애불좌상
포석정에서 남산 국립공원 안내소를 지나 500여m 가면, 왼편 산비탈에 큰 바위 2개가 ㄱ자형으로 맞물려 있다. 일명 삼신바위라고도 하는데 불상 3구가 새겨져 있다. ‘윤을곡 마애불좌상’이다. 좌측 남향 바위에 선각된 두 불상은 크기가 비슷하다. 왼쪽 불상은 높이 60여㎝ 정도로 안상은 길고 육계가 크며, 두광과 신광의 선이 굵고 뚜렷하다. 본존불인 석가불로 보인다.

연화 대좌 위에 앉은 이 불상의 왼편 어깨 위쪽에 ‘태화9년 을묘(太和9年乙卯 )’라고 각인되어 있어, 신라 42대 흥덕왕 때(835)에 조성된 신라불상으로 보고 있다. 오른쪽 불상 역시 앙련 대좌 위에 편단우견, 왼손에 약그릇을 들고 있는 약사불이다. 두툼하게 벌어진 어깨에 미소를 머금은 풍성한 얼굴이다. 우측 서향바위 불상은 얕은 양각에 연화 대좌 위에 앉아 있고, 몸체가 두터운 두광과 신광에 둘러싸여 있어 그런지 얼굴이 작고 갸름하게 보인다. 왼손에 약그릇을 들고 있어 약사여래로 보인다. 얼굴 좌우와 몸체 좌우에 화불이 각 1구씩, 총 4구의 화불이 새겨져 있음이 특이하다.

경주 남산 부엉골 마애여래좌상
세 불상을 보고 부엉골을 따라 능선을 오르면, 주변에 괴석 바위들이 이어지고 산세가 험해진다. 낮에도 부엉이가 우는 깊은 산골이라 해서 부엉골이라고 한다. 깎아지른 넓은 바위 면에, 앞산 능선을 바라보고 큰 불상이 새겨져 있다.

불상 높이가 1m쯤인데, 온통 황금색이다. 불상에 빗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바위 윗부분이 거대한 처마처럼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연꽃대좌 위에 항마촉지인을 하고 통견을 한 석가불로 보인다. 해가 질 무렵 석양이 이곳을 비추면 얼굴과 어깨 부분이 황금으로 덧칠한 것처럼 보여, 황홀경에 빠지는 특이한 불상이다.

남산 순환도로 옆, 절 초입에 들어서면 작은 돌부처가 길손을 반긴다. 형식에 구애 없이 쉽게 만들어진 단순한 석불로, 자연스럽고 깨끗해 친밀감이 더 생긴다. 1971년에 건립된 부흥사(富興寺)는 대웅전, 삼성각, 요사채로 되어있다. 주변에 큰 석탑 옥개석 한 개가 놓여 있는 걸로 보아 옛 절터에다 새로 지은 것 같다. 대웅전의 현판 글자인 ‘大雄殿’이 유명한 학승 탄허(呑虛) 스님(1913-1983)의 글씨라고 한다. 검은 판에 흰색 글씨는 퇴색되어 있지만, 근대 명승의 명필로 힘차고 꼿꼿하다.

부흥사 절 위편, 높이 솟은 암반 봉우리에 늠비봉 5층 석탑이 우뚝 서 있다. 높이가 6∼7m 정도 된다. 옛 탑을 2002년에 복원했다고 한다. 하늘로 오른 5개의 옥개석 크기가 고만고만해, 신라 탑이라기보다 백제탑에 가깝다. 백제가 망하고 그 주민들이 이주해 와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망국의 한을 담아 만들었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

탑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경관은 멀리 경주 시내와 배반들이 함께 펼쳐지면서 시원하고 아름답다. 경주 남산 10경 중의 하나라고 극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주변 여러 불상들, 옛 절터, 그리고 5층 석탑 등으로 보아, 여기 남산자락 어딘가에 큰 불사(佛寺)가 자리 잡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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