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 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감상)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빗방울이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으면 싶던 오래 전의 연인 같다. 저것들도 바닥으로 떨어져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사라질 테지. 제 그림자를 가지고 있을 테지만 나는 찾지도 못할 테지. 나는 그늘이 된 줄도 모르고 먼 하늘이나 쳐다볼 테지,(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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