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3월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는 유리 재떨이로 머리를 때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홍모씨가 “재떨이를 ‘위험한 물건’으로 본 원심은 부당하다”며 낸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인 흉기가 아니더라도 물건을 사용해 상대방이 살상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면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다”며 “유리 재떨이로 머리를 때렸다면 살상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홍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3조는 ‘흉기나 위험한 물건’으로 폭행을 가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그 범행이 야간에 일어난 경우 5년 이상 징역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가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조 전 전무는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업체 A사 팀장 B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린 혐의로 조사 받았다. 조 전 전무는 폭행과 특수폭행,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았다.

조 전 전무는 1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2일 새벽 귀가했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사람을 향해 뿌린 것이 아니라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출입구 방향으로 손등으로 밀쳤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물벼락 갑질’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적용된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이다.

경찰이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추궁했지만 이를 부인한 것이다. 조 전 전무는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던졌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폭행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유리컵은 위험한 물건’이다. 경찰이 당시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정황을 파악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와 재판에서의 판결이 관심을 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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