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 위원 정치학박사.jpg
▲ 윤종석 구미지역 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4·27 남북 정상의 역사적 상봉이 있던 날, 국민의 시선은 온종일 TV 생중계에 머물렀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을 잡은 남과 북 두 정상의 모습은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에 마침표를 찍는 한편의 파노라마와도 같았다.

오늘같이 기쁜 날 점심으로 잔치국수를 사겠다는 친구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면서 산업화시대 투철한 반공정신으로 무장된 우리 세대의 고정관념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분단 이후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애국가에 발걸음을 멈추고 국기 하강식에 참여했던 전후 세대가 느끼는 감회가 참전용사와 이산가족의 격한 감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념의 대립으로 생긴 전쟁의 상처에 전전긍긍하던 유수의 세월을 돌아볼 때 나와 친구의 감회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 리국민 모두의 공통된 감회와 흥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은 비무장지대 군사 분계선 상에 있는 공동경비구역이다. 일촉즉발의 긴장과 전쟁의 위기에서 갑자기 달라진 북한의 태도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한 배고픈 현실에서 택한 궁여지책의 선택이 이번 회담이었다는 생각이지만, 핵보유국 노선을 과감히 포기하고 인민을 살리는 경제개발을 선택했다는 점은 김정은 위원장의 승부사적 기질의 재분석과 평가가 필요한 대목이다.

메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 1000여 명의 취재 경쟁은 판문점에 쏠린 세계의 눈이며 한반도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화해와 평화의 상징이며 비핵화를 위한 방법론을 찾아 인류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몇 주 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질 구체적 핵 폐기 합의안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유엔사무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때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약속했으며 핵 실험장 폐쇄 현장에 유엔이 함께 참가해 폐기를 함께 확인해주면 좋겠다’고 밝혀 핵 폐기 수순을 밟는 북한의 진정성과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파격적 북한의 변신을 의심하며 의외로 받아들이는 보수지지층과 일부 야당 정치인의 충격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남북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하여 ‘한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그때는 공범이 된다’는 야당대표의 혹평은 그동안 남북위기와 전쟁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며 종북, 주사파, 좌파, 빨갱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던 정치권의 충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과 핵실험에서 온전하지 못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우리와 국제사회가 노력한 결과에 견주어 볼 때 북한의 변신은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닌 과거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성과물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80%가 넘는 정상회담지지와 국정지지율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는 민심이며 민심은 공감을 통해 변해간다. 민심을 외면한 채 안보장사와 색깔 공세가 계속해서 먹혀들 수 있다는 착각은 어리석은 망상으로 변화된 환경과 민심에 적응하는 정치권의 전략수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반도 공존과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여·야 구분 없이 공감하며 머리를 맞대는 협력의 정치가 필요하다.

‘그린슈트’는 겨울에 얼었던 땅에서 새싹이 움트듯이 침체된 경제가 조금씩 회복하는 징후를 뜻하는 경제용어이다. 매서운 겨울이 계속될 것 같아도 결국은 새싹이 돋아나 봄이 오듯이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됨을 신록의 계절에서 알게 된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낮은 성장률에 침체된 경기를 벗어나는 시너지이며 동기부여이기 도하다.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기대하는 심리적 영향이 민통선 땅값의 상승을 부추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분단 이후 새로이 도약할 수 있는 국운의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어야 하겠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