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 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액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나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감상)그 산들 사이를 지나면 나도 얼마 동안은 푸르른 내음이 된다. 누구에겐가 말을 걸면 녹음 짙은 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다른 산 하나를 만들 것만 같다. 오월의 나날, 내 말을 거쳐 태어난 수많은 산들이 짙어간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푸른 산 또한 그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