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회 본회의서 재청의사 안받고 가결 '논란'…주민, 시위도 불사

▲ 대구 달서구의회가 ‘원시인 조형물 철거 청원 안건’을 상임위원회의 원안대로 가결하자 반발한 의원들이 대거 자리를 이탈했다. 전재용 기자

대구 달서구의회가 일부 의원들의 이견을 무시하고 ‘진천동 원시인 조형물 철거 청원의 건’을 상임위원회에서 올린 원안대로 가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달서구의회는 2일 오전 제254회 구의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주민 2196명(중복 제외)이 서명한 원시인 조형물 철거 청원 등 7개의 안건을 논의했다.

다른 안건은 원안대로 순탄하게 가결됐으나 원시인 조형물 철거 청원 안건이 상정되자 이유경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한 ‘원시인 조형물 철거 청원을 구청장이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에 대한 이견으로 심도 있는 판단을 위해 다음 회기로 넘길 것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예술 작품을 바라볼 때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몇 년에 걸쳐 추진한 사업을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집행부가 절차상에 미흡했던 부분은 인정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음 회기 때까지 원시인 조형물에 대해 다각적이고 면밀하게 살피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해철 의장이 구의원들에게 이 의원의 의견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천옥 의원이 "의견이 분분하다 보니 여기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의원이 없는 것 같은데 무기명 투표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잠시 의원들의 이견을 듣던 김 의장은 이유경 의원 의견에 대한 재청 여부만 묻다가 소란 속에 원시인 조형물 철거 청원 안건을 상임위의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천옥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김 의장이 상임위의 원안대로 가결하자 대거 자리를 이탈했다.

이천옥 의원은 회의장을 나서며 "여기서 철거합시다, 철거하지 말자 누가 말할 수 있냐"며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지 말도 듣지 않고 진행하는 게 어디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청석에 있던 조형물 철거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청원이 통과되자 박수를 치는 등 크게 환호하면서도 집행부가 구의원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 임채민(31) 씨는 "우선 청원이 통과됐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인데 만약 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위를 하는 등의 방법뿐이다. 소시민의 의견을 잘 들어달라"면서도 "우리는 방청석에서 말도 못 꺼내고 있는데 사업을 추진한 집행부가 구의원에게 지시하는 듯한 모습은 말도 안 된다"며 날을 세웠다.

달서구청 집행부에서는 발언 절차에 대해 설명한 것이지 의원들을 지시할 입장이 아니라고 밝히며 구의회에서 일부 의원들의 이견을 무시한 처사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재청 의사를 밝혀야 이견을 더 논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절차를 설명한 것이지 의원들에게 지시하거나 무엇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면서 "이견이 있었음에도 상임위에서 내린 결정을 강행한 것은 누가 봤을 때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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