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전문의료계 "의과대학 설립은 중·장기적 목표"
방사광 가속기 인프라 활용해 의료인력 수급문제 해결도

포항지역 의과대학 유치를 찬성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지역 의료계가 연구 중심 병원의 설립을 제안해 주목받고 있다.

전문 의료진들은 포스텍의 기술력과 의료를 접목해 암 질환 치료에 특화된 병원의 설립이 우선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개최된 지역대학과 의료·상공·사회단체장들이 참여한 간담회를 통해 포항지역 의과대학 유치와 관련된 현실적 장벽을 넘기 위한 논의 결과,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의과대학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설정해 연구 중심 병원부터 단계적인 진행”을 제안했다.

홍대영 에스포항병원 척추·통증·관절 병원장은 “포항시민들은 의과대학을 통한 상급종합병원의 의료를 기다리고 있지만, 설립부터 유지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포항지역 종합병원들은 각각 특화 부분을 보유 중이고 이는 전국적인 수준이며 암 질환 치료에 특화된 병원이 들어선다면 포항의 의료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재 대부분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서울 등 대도시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떠난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 중심 병원 설립이 현실적이며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김대식 한동대 부총장은 “사립대학교 측면에서 바라볼 때 지속적인 유지비용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포항시·학교· 지역 종합병원 모두가 함께할 수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이어, 연구 중심 병원설립에 찬성하며 단계적인 발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의과대학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김병욱 포항성모병원 의무원장은 포스텍이 보유 중인 방사광 가속기와 IT-B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암 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암 연구소를 시작으로 포스텍의 우수한 인·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암 센터와 암 질환에 특화된 대학병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포항에 의과대학이 설립된다면 지역 의료 질의 상승은 물론 비수도권지역 전문 의료인력의 수급 문제 또한 해결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은 172명이다.

지역별로 경북은 116명, 울산은 123명 등 전국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반면, 서울은 267명이나 된다.

경북도 내 유일한 의과대학인 경주 동국대 의과대학의 경우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의료인력을 수급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포항 시민은 물론 인근 영덕 울진, 울릉 등 경북 동해안 많은 주민이 지역병원에서 다룰 수 없는 질병을 고치기 위해 대구와 서울로 원정 진료를 가야만 한다. 시간·경제적으로 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위급 상황에 골든타임을 놓쳐 귀중한 생명을 잃는 경우도 많아 대학병원 설립은 지역민의 생명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현행법상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범도민적인 유치운동이 절실한 상태다.

이와 관련, 포항시는 지역 의료·대학·사회단체 등과 함께 이달 내 ‘범시민 포항지역 의과대학 설립(유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또 종합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 설립을 장기적 목표로 삼고 연구소 설립 등 비교적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사업에 대해 지자체와 대학, 의료기관 등의 협력과 협약을 통해 지역 의료계가 상생·공존하며 함께 발전하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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