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도 아버지는 일찍 일어나
검푸른 추위 속에서 옷을 입고
한 주 내내 모진 날씨에 일하느라 쑤시고
갈라진 손으로 불을 피웠다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잠이 깬 나는 몸속까지 스몄던 추위가
타닥타닥 쪼개지며 녹는 소리를 듣곤 했다
방들이 따뜻해지면 아버지가 나를 불렀고
나는 그 집에 잠복한 분노를 경계하며
느릿느릿 일어나 옷을 입고
아버지에게 냉담한 말을 던지곤 했다
추위를 몰아내고
내 외출용 구두까지 윤나게 닦아놓은 아버지한테.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
사랑의 엄숙하고 외로운 직무에 대해.





감상) 아버지는 오빠들에게는 엄격했지만 나에게는 호락호락한 친구 같은 분이셨다. 밥상 앞에서든 어디서든 아버지와 헤딩 시합을 했고 어김없이 나는 완승을 거뒀다. 아버지는 과하게 아픈 시늉을 했고 나는 이마가 벌겋게 되고서도 절대 아픈 척을 안 했다. 그렇게 단련된 덕인지 지금도 나는 어떤 아픔이든 잘 참는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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