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담장소 두고 뜸들이기···판문점 대신 싱가포르 개최 유력
靑, 물밑중재·한미회담 준비 매진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는 북미회담 일정 발표후 가능"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중대 관문이 될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청와대는 이번주 이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물밑 중재와 함께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시기와 장소가 결정됐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어 곧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 시간) “우리는 지금 날짜와 장소를 갖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5일에도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북한과 미국이 이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에 최종 합의했지만 발표를 늦추고 있는 것은 극적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분위기를 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안전을 우려하는 북측의 요구 때문에 개최 일시와 장소를 확정해 발표하는 것이 늦춰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상회담 장소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판문점과 중립지대인 싱가포르가 현재로선 모두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 일정은 북미 간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고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미회담 시기와 장소는 미국과 북한이 결정하면 우리 정부는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북미 간 미묘한 긴장기류가 형성되는 듯한 모습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북미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면서 “다만 긴장도를 높여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노력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물밑 신경전이 있더라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이견을 좁혀간다는 ‘큰 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공식 발표되면 그때부터 다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시곗바늘이 바쁘게 돌아갈 것이며 동시에 문 대통령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 통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아 통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핫라인 통화는 북미회담 일정 발표 후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과 얘기할 소재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김 위원장과 통화를 하고, 22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다시 통화하는 등 핫라인이 2차례 이상 가동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향후 ‘비핵화 시간표’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다면, 한미정상회담이나 김 위원장과의 통화 등을 활용해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 간극을 좁히려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세부전략 마련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문 대통령은 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특별성명의 형태로 ‘판문점선언’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지지를 명확히 끌어낸다면 향후 한미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운전자’로서 한층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중·일 3국 간 특별성명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표현을 넣는 문제, 평화협정 참여 주체 문제 등으로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이번 한·중‘일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선을 그었다.

이 역시 ‘판문점선언 지지’에 힘을 집중해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려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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