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
다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감상) ‘카네이션을 달아 줄 어머니가 없는 어버이 날’이라는 문자를 한 친구가 보내왔다. 그의 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아직 여물지 않은 그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죽을 때까지 맛보아야 할 그 상실의 고통을 그가 어떻게 감당할지….나는 그보다 먼저 그 아픔을 맛보았지만 그것을 치유할 약을 아직 찾지 못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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