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안고 쉼 없는 적폐 청산···국정원·검찰 등 권력기관 수술
전쟁 위기 내몰렸던 안보 상황 남북정상회담으로 분위기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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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적폐청산과 통합을 앞세워 국민 선택을 받았던 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촛불 혁명’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 첫 1년은 과거와 결별하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시도가 연속된 한 해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파격과 소통으로 대변되는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불통과 권위로 상징됐던 이전 정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임기의 5분의 1이 지났음에도 70∼80%를 넘나드는 국민 지지도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와 공정을 명분으로 한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을 숨 가쁘게 이어갔고 국민보다는 정권 보위에 앞장섰던 권력기관의 핵심인 국가정보원과 검찰을 수술대 위에 올려 대대적인 인적 청산을 단행했다.

특히, 북미 간 극한 대립으로 전쟁 위기로 내몰렸던 한반도 안보 지형을 남북정상회담으로 크게 개선한 데 이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목전에 두는 대반전을 이뤘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성과물은 과거 정부에서 일시적으로 진행됐던 남북 화해 과정과는 차원이 다른 ‘한반도의 봄’을 현실화할 가능성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작년 7월 남북관계 복원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핵심으로 한 베를린 선언을 천명했지만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이어 9월에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험대에 올렸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 파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괌 포위사격’,‘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발언이 충돌하면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지만 문 대통령은 사상 첫 한미 미사일 원점 타격 훈련으로 강한 응징과 압박 의지를 과시하면서도 대화 기조를 버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압박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한 조치로 지난 2월 예정된 평창 동계올림픽을 국면 전환의 계기로 활용하고자 했고,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화답하면서 평화 여정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상호 특사 방문으로 마침내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로의 전환 의지를 담은 4·27 ‘판문점선언’을 도출해 ‘한반도의 봄’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왔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거치지 않고 비핵화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북미 정상 간의 5월 말 또는 6월 담판을 중재하면서 협상가이자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안으로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캐치프레이즈로 적폐청산에 속도를 내고 불의와 관행으로 점철된 과거와 결별을 선언하며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국정원·검찰·군 등 권력기관을 개혁의 수술대 위에 올리고, 교과서 국정화 폐기와 공론화를 통한 원자력발전 정책 전환 등 국민 눈높이 정책을 구사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의 심판대에 서면서 일각에서는 ‘정치보복’이라는 반발이 따르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내세웠던 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등 인사원칙에 위배 된 인사들이 천거되면서 야기된 인사검증 부실 등 논란도 뒤따랐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논란에 휩싸여 낙마했다. 그 탓에 임기 초부터 정책 추진 동력 저하는 물론 도덕성에도 일부 생채기를 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인사·민정 라인에 대한 책임론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 움직임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이 좌초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대선 당시 여야 모든 후보가 내건 공약이었음에도 일부 야당의 비협조로 무산됐지만, 국정 책임자로서 야당을 설득해내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각이 있다.

이는 협치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집권 초부터 여소야대 상황으로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야권에 국정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등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야당을 정책 결정의 한 축으로 흡수하는 데는 실패하면서 국정 동력 약화를 초래한 측면 역시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집권 1년 차를 넘긴 문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대야 협치 구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집권 초기에는 높은 지지도로 야권의 협조 없이도 무난하게 지나온 측면이 있었지만 최대 성과로 불리는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문제 등 국회의 협조가 없다면 국정을 원만히 이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북미정상회담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이어받도록 운전자이자 중재자 역할을 지속해야 하는 과제와 4강 외교에서도 한일관계 정상화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을 말끔하게 해결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처럼 숨 가쁘게 달려온 1년 동안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 속으로’를 외치며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반부터 계속된 인사원칙 혼선에 따른 잡음과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 부재로 인한 정국 불안의 한계성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이후 4년간 국정 운영에 큰 고민을 안기며 아쉬움을 남긴 한 해이기도 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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