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돌은 언제 증언대에 설까?

돌은 가장 오래된 증인이자 확고한 증언대야. 돌에는 무수한 진술이 기록되어 있어. 하물며 짐승의 발자국부터 풀꽃의 여름부터 순간의 빗방울까지 보관되어 있어.

돌은 한때 단죄의 기준이었어.
비난하는 청중이었고 항거하는 행동이었어.

돌은 그래.

인간이 아직 맡지 못하는 숨이 있다면 그건 돌의 숨이야. 오래된 공중을 비상하는 기억이 있는 돌은 날아오르려 점화를 꿈꾼다는 것을 알고 있어.돌은 바람을 몸에 새기고 물의 흐름도 몸에 새기고 움푹한 곳을 만들어 구름의 척후가 되기도 해. 덜어내는 일을 일러 부스러기라고 해. 하찮고 심심한 것들에게 세상 전부의 색을 섞어 딱딱하게 말려 놓았어. 아무 무게도 나가지 않는 저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것도 사실은 인간이 쌓은 저 딱딱한 돌의 축대들 때문일 거야.(후략)





감상) 바람이 내 어깨를 스쳐갔다. 바람의 그늘이 내 발등을 스쳐갔다. 붉은 햇살의 그림자가, 푸른 산등성이의 아득함이 내 안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내가 아닌 그 모든 것이 되어 흔들린다. 그늘진다 멀어진다 내가 내 어깨를 스쳐 어딘가로 사라진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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