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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8일 국토부가 ‘2017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만 명을 조사한 결과다. 2006년부터 짝수 해만 조사를 했는데 지난해부터는 해마다 조사하기로 했다. 대체로 한 해 전과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자가 보유 비율과 ‘자가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여전히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주거 인생은 고통스럽다. 월세 비율과 주거비 부담률도 높고 최저 주거기준 미달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도 높다.

자가 소유자와 세입자의 거주 기간이 큰 차이가 나는 현실은 변화될 조짐조차 안 보인다. 자가 거주자는 한 집에서 평균 11.1년 사는데 세입자는 3.4년밖에 못 산다. 2012년 세입자 평균 거주 기간은 4.1년이었다. 5년 사이에 오히려 후퇴했다. 국토부는 4년에서 8년 거주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이 도입되어 세입자의 주거가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말하는데 실상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자가 보유율이 변화되었다고 해서 주거안정과 주거 행복의 지표가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58%, 2016년 59.9%, 지난해 61.1%였다. 3년 동안 3.1% 높아졌는데 왜 자가율이 높아졌는지가 중요하다. 세입자로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빚내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정체되거나 내리고 이자율은 올랐다면 집을 산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국토부는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주거비 부담률(RIR)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주거비 부담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문제는 국토부의 통계가 통계청의 통계와 반대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주거실태조사의 흐름을 보면 2014년 20.3%까지 악화되다가 2016년 18.1%로 내려갔고 지난해에는 17.0%로 떨어졌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 19.9%에서 2016년 23.7%로 악화되는 흐름이다. 자가 보유율 통계도 정반대다. 국가의 통계가 서로 다른 것은 국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국토부는 2017년 현재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는 비중이 82.8%’이고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말 그대로 실태만 조사하면 될 일이지 무엇 때문에 ‘집은 꼭 사겠느냐?’고 묻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집을 꼭 사겠다’는 응답률이 높은 것은 어떤 사회적 함의가 있을까. ‘집을 사지 않고 살기가 너무 힘든다’는 세입자들의 한숨이 들어 있다. 집이 오를까 봐 두렵다는 불안감이 스며있다. ‘집 없는 설움’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정치를 잘해서 싱가포르처럼 모든 사람이 집을 하나씩 보유하고 사는 세상이면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그건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되었다.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세입자들에게 주거권을 보장하는 게 대안이다.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지만 대한민국은 세입자에게 주거권을 박탈시켜왔다.

모든 유럽 나라들이 세입자에게 ‘한집에서 계속 살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국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2년마다 이사 압박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내가 원하는 만큼 돈을 내든지 이사를 가든지 선택하라’고 말하거나 이유도 대지 않고 ‘이번에 집을 빼 달라’고 말한다. 세입자는 ‘왜?’라고 물을 수 없다. 법에 규정되어 있으니까. 임대료는 부르는 게 값이다. 공정임대제와 상한제가 없으니까.

이제 바꾸자. 유럽 여러 나라처럼 세입자가 살고 싶을 때까지 살 수 있게 법을 바꾸자. 비정상을 정상화할 때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인구의 반에 이르는 세입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어 놓고 사회통합을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세입자에게 주거 인권을 보장해서 더불어 사는 사회로 성큼 나아가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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