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중국의 정상이 만나 ‘판문점 선언’ 지지 특별 성명을 채택했다. 세 나라 정상은 3국 정상회담을 정례화 하기로 뜻을 모았다.” 9일 오전 일본 도쿄 내각부 영빈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과 중국 대표 회담에 대해 우리 언론이 쓴 기사의 서두다.

이날 도쿄 회담은 ‘3국 정상회담’으로 표현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나 정치적 의미로 ‘정상(頂上)’의 뜻이 ‘최상위 지도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에베 신조 일본총리 등 두 정상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3자 회담으로 ‘한일정상과 중국 대표 3자 회담’으로 표현해야 한다.

‘정상 회담’은 두 나라 이상의 최고 권력자가 만나 공통의 문제에 관해 함께 의논하는 회담이다. 정상 회담을 통해 국가 간 풀어야 할 갈등을 해결하거나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사안을 논의한다. 국가 원수는 나라의 중요 정책에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상 회담을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중국 시진핑이 전인대에서 집권 2기가 끝나는 2023년 이후에도 연임할 수 있는 개헌안을 통과시켜 장기집권 ‘시황제’의 지위를 굳혔다. 중국은 최근 들어 2인자를 국가 정상과의 회담에 내 보내고 있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신들의 변방 제후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몽골을 중국의 지방 제후국으로 간주하려는 막북공정(漠北工程)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정상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해야 한다.

시 주석은 베이징에 앉아 북한 김정은을 불러들여 만나면서 국가 정상 회의에 2인자 리커창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3년 김무성 특사 방문 때 까지만 해도 시진핑과 나란히 좌석을 배치 하던 것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시 주석의 테이블 옆 자리인 하석에 자국 관리들과 마주 보게 좌석을 배치하는 결례를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속 좁은 지적이라 할지 모르지만 역사적 맥락은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왕조시대 제후국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9일 도쿄 회담은 ‘비정상회담’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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