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구미에서 비보가 전해졌다. 구미의 한 원룸주택에서 20대 아버지와 두 살배기 아들이 무관심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는 허술한 사회 안전망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웃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에는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세 살 배기 딸과 함께 40대 여성이 남편과 사별한 후 경찰에 사기 혐의로 피소되면서 신변을 비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밝혀져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더구나 증평 모녀는 숨진 지 무려 석 달이 지나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8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2시 45분께 구미 봉곡동 원룸에서 29세 남성과 생후 16개월가량 된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시신은 밀린 월세를 받기 위해 집을 찾은 원룸 관리업체 직원에 의해 발견, 신고됐다. 관리업체 직원은 “집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두 시신을 부검한 결과 타살 흔적이 없고, 원룸에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발견 당시 숨진 부자의 집엔 음식물을 조리해 먹은 흔적이 없었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 부패 상태로 봐서 숨진 지 1주일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숨진 20대가 사실혼 관계였던 아내와 수개월 전 헤어진 뒤 혼자 아들을 데리고 생활해 온 것으로 보고 숨진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숨진 아이가 20대의 아들로 추정되지만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부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주위의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숨진 20대의 부모도 10년 가까이 아들과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숨진 20대는 주소를 대구에 둬 구미시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 기초생활 수급·의료비 지원 등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부자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장기간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모씨와 두 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방안에서 비극적인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사회안전망 강화와 관련 법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 그해 12월 ‘송파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및 긴급복지 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된 3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들 법안은 이듬해 7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안전망 한계는 여전하다. 잊을만하면 안타깝고 끔찍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이웃을 살피고 정부와 지자체는 더욱 세밀하게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