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착각인가, 정치적 의도인가…선관위, 이번주 중 조사결과 발표

▲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5일 조성제 자유한국당 달성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장면을 TV 중계 화면을 통해 참석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같은 당 예비후보 지지발언을 하는 등 선거법을 명백하게 위반해서다. 경쟁 후보들이 맹공을 퍼붓고 있고, 권 시장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선관위도 이번 주 중에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권 시장은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을 위해 3월 23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경선이 확정되자 지난달 11일 예비후보를 사퇴하고 시장직에 복귀해 공무원 신분이 됐다. 그런데도 권 시장은 지난 5일 조성제 자유한국당 달성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30분간 조 예비후보를 응원하는 발언을 했다. 권 시장 측근은 “개소식 참석은 달리 변명할 것도 없이 100% 위반을 인정한다”며 “고의성이 없는 단순한 착오였는데, 선관위 조사에 임해 해명하겠다”고 했다.

공직선거법 86조 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선거일 전 60일부터 선거사무소 등 방문을 금지하고 있으며, 254조 1항은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선거일 투표마감시각 전까지 선거운동을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에서 발생한 비슷한 판례를 찾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공립학교 교사로 국가공무원 신분인 A씨는 제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6월 2일)를 앞둔 2010년 4월 15일 민주노동당 소속 대구시의원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70여 명의 참석자 앞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예비후보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교조 지회장을 맡은 A씨는 “나는 민노당 당원입니다. 잘리는 한이 있더라도 진보신당, 민노당 후보 필승하시고 반드시 당선시킵시다. 전교조 불법이지만 꼭 당선시켜 드리겠습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2010년 8월 13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는 A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관권선거의 폐습을 차단하기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특별히 규정한 국가공무원의 신분에 있음을 잘 알면서도 선거운동 기간 전에 특정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특정 후보자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개월 뒤 항소심 재판부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A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판결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선거운동이 금지된 국가공무원임에도 시의원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선관위 선거부정감시단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더 과장된 말과 행동을 한 점에 비춰보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그러나 “다소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 그곳 분위기에 이끌려 격앙된 어조로 과장된 언행을 하게 된 것으로, 참석자가 일반 유권자가 아니라 특정 후보 지지자였다는 점에서 실제로 선거에 미친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과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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