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대구은행 임직원 등 14명·수성구청 공무원 6명 검찰 송치

채용비리 의혹과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를 받는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이 지난달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2014년 3월 27일 취임한 박인규(64·구속) 전 대구은행장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2008년 8월 대구은행에서 권유해 수성구청이 여유 자금 30억 원을 투자한 채권형 펀드가 10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을 두고서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회사 채권이 폭락했고, 수성구청이 투자한 펀드도 손해 봤다. 박 전 행장은 당시 마케팅그룹장을 시켜 전·현직 은행장 등 임원들이 갹출해 손실을 보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성구청의 금고 운영을 맡은 대구은행 입장에서는 구청과의 거래관계 악화가 걱정됐고, 은행의 공신력 하락도 걸렸다. 박 전 은행장이 사위 명의로 대출한 2억 원을 냈고, 하춘수·이화언 전 은행장이 2억 원씩 모았다. 부행장과 부행장보, DGB 금융지주 부사장 등 11명이 적게는 5500만 원에서 많게는 6000만 원씩 냈다.

당시 대구은행 수성구청지점장과 구청 담당 직원은 이렇게 모은 12억2456만 원을 수표로 끊었고, 수성구청 수입금 출납원 계좌로 보냈다. 수성구청은 30억 원을 투자해 모두 32억 원 정도를 돌려받았는데, 2억2000여만 원은 이자 몫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손실보전금지규정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저축관련부당행위)도 위반했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0일 박 전 행장 등 전·현직 임원 12명과 당시 수성구청지점장과 직원 2명을 두 가지 혐의로 입건해 대구지검에 사건을 넘겼다. 이화언 전 은행장은 2억 원을 보탰지만, 손실금 보전 용도로 돈을 낸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5500만 원을 낸 당시 DGB 금융지주 부사장급 임원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수성구청 세무과 등 소속 공무원들도 눈속임을 했다. 대구경찰청은 당시 세무과장 등 공무원 6명을 허위공문서 작성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부당이익수수)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성구청 공무원들은 회계 결산 때 펀드에 투자한 구청자금에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결산자료를 만들면서 펀드 계좌 대신 정기예금 계좌에 자금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기재하거나 일정한 예금이자가 난 것처럼 적는 등 허위의 공문을 생산해 결산 담당 부서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현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전·현직 임직원들이 낸 돈은 모두 사비이며,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손실 위험성이 큰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규정상 막을 방법이 없는 데다 결산 서류도 세무과장 전결이어서 눈속임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형사적으로 처벌은 못 하지만, 수성구청 자체 징계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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