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인프라에 '중립지대' 성격
트럼프, '판문점' 배제로 급부상···사흘안에 날짜·개최지 발표 예고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유력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유력한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검토해온 판문점과 싱가포르 가운데 판문점을 제외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면서 ‘중립적 외교 무대’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개최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시기를 정했고 회담 장소를 정했다. 우리는 사흘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때 회담 장소로 직접 거론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에 대해서는 “거기는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싱가포르가 두 정상의 첫 대면 장소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력 외신도 싱가포르가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지가 될 것이라는 보도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CNN은 미국 정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고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N은 정상회담 추진 사정에 밝은 익명의 두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최종 결정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 관리를 인용, 싱가포르가 가장 유력한 정상회담 개최지라고 보도했다.

또, 블룸버그통신과 폭스뉴스 역시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이 동남아(싱가포르)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함께 거론되던 판문점이 제외된 것은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고 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앞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지로 세계인의 눈길을 끈 판문점이 자신의 최대 치적이 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는 ‘신선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백악관 참모들은 보다 ‘중립적’인 싱가포르가 적합한 장소라는 의견을 집중적으로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싱가포르는 경호와 안전성, 교통과 이동의 편의성, 취재환경 측면에서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양안(중국과 대만) 정상 간 회담을 주선하는 등 역사적 회담을 중재한 경험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싱가포르는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고 북한 대사관이 위치하며, 아시아권 제3국 외교를 자주 원활히 진행한 바 있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확정된다면 외교적 협상 무대로 손꼽히는 샹그릴라 호텔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샹그릴라 호텔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200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도 바로 이 호텔에서 열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사전 합의에 이른다면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북한의 수도인 평양이 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하루 일정’으로 확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시점은 5월 말~6월 말까지 회담 날짜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6월 초·중순 사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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