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속 섬 찾자 한걸음 한걸음, 꿈에서나 보던 풍경 날 반기네~

영주 무섬마을 안내도
강이 마을을 한 바퀴 휘둘러 감싸면서 흘러가는 지형을 ‘물돌이 마을’이라고 한다. 경북에는 3대 물돌이 마을이 있다. 안동의 하회마을과 예천의 회룡포, 영주의 무섬마을이다. 세 곳 모두 기막힌 지형적 아름다움으로 매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영주시 문수면의 ‘무섬마을’은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을 감싸면서 흘러서 마치 마을이 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뒤쪽에 산이 버티고 있어서 마을 자체가 섬과 다름이 없다.

무섬마을 둔치 위를 달리는 자전거
마을의 입구 수도교 다리를 차로 건너면 바로 주차장이 있다. 강으로부터 마을을 감싸고 있는 둔치 위로 산책로가 잘 놓여 있다. 한쪽은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다른 한쪽은 넓은 강 일대가 펼쳐져 있어서 둔치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마을에서 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서 강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달려볼 수도 있다. 중간중간의 나무 그늘에는 벤치도 놓여 있어서 이마의 땀을 식힐 수도 있다.

무섬마을 일대
이곳 물돌이 터에는 전통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해우당 고택 등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택들이 즐비하고 마을 자체도 중요민속 문화재 제278호로 지정돼 있다. 무섬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3·1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애국지사들이 일제의 총칼을 피해 이곳을 본거지로 삼았고, 동네 주민들도 적극 나섰던 애국의 마을이기도 하다.

다른 전통마을과 마찬가지로 이 마을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허락되지 않은 민가에 불쑥 들어가거나 문을 열어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꽃과 나무를 훼손해서도 안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관광객은 손님일 뿐 현지인들의 삶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흰 작약
마을 한편에 눈부시도록 하얀 작약이 피었다. 보통 붉은색으로 피어나는 작약의 흰색 버전은 구경하기 힘들다. 이외에도 마을의 구석구석에 알록달록 화사한 꽃들이 관광객들의 눈과 카메라를 사로잡고 있다. 전통마을의 고즈넉함과 운치 위에 화사한 꽃들이 수를 놓고 있어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무섬마을의 명물 외나무다리
무섬마을의 히트 아이템은 단연 외나무다리이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강을 건널 수 있는 외나무다리는 무섬마을에 두 군데가 있다. 넓은 모래사장 위를 흐르는 강을 건너는 좁디좁은 나무다리는 무언가 영감을 준다. 각종 TV 드라마와 예능 등에서 소개되기도 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전경
태극 모양으로 놓여 있는 외나무다리는 사람 한 명이 겨우 건널 정도로 좁다. 맞은편에서 사람이 건너오고 있으며 난감할 것 같지만, 사이사이에 놓인 공간에서 잠시 비켜서서 기다리면 왕복 소통에도 큰 문제는 없다. 물이 얕아서 무릎까지도 오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아예 신을 벗고 아래로 내려가서 걸어보기도 한다.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강변 모래사장에는 아이들이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물장구를 치기도 한다. 모래를 파서 물길을 틔우고 작은 무섬마을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얕은 강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가 제법 운치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건너보면 제법 조심스럽다. 충분히 튼튼하지만 어떤 것은 살짝 흔들리기까지 해서 제법 스릴도 느낄 수 있다. 중심을 잘 잡지 못하면 물에 빠질 수 있어서 다들 거북이걸음이다. 앞을 걷는 사람이 어린아이거나 담이 약해서 느릿느릿 걸으면 뒤쪽에서는 제법 조바심이 발동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들 여유롭고 느긋하다. 시간이 멈춘듯한 마을의 분위기에 동화가 된 것일까. 아니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에서 사로잡힌 상념 때문일까. 바쁘게 살아왔을 일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이곳에서 느림의 미학을 체험하게 된다.

어린 아이도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너고 있다.
어린아이가 어른의 도움 없이 자신의 두 다리로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너고 있다. 바로 뒤쪽에 걱정스럽게 따라오는 어른들의 눈빛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길에 집중을 하고 있다. 이 다리를 모두 건넜을 때 아이는 스스로 해낸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우리 인생살이도 외나무다리를 걷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우려 속에서 결국 인생이란 길 위에 서는 것은 자신의 두 다리이고 그 길은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걸어왔다. 아이는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고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가 그래 왔고 앞으로 또 그렇게 걸어갈 것처럼….

손을 꼭잡고 건너는 사람들
중년의 부부로 보이는 사람이 한 손을 꼭 잡고 건너고 있다.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 중심을 잃으면 다른 한 사람이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거나 두 사람 모두 물에 빠질 것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동반자의 모습을 본다. 홀로 걸어가야 하는 인생의 외길에서 같이 걸어가고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무섬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만큼 화려하지 않다. 마을의 규모도 작다. TV 예능에 소개되지 않았으면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사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알음알음 제법 많은 사람이 찾기 시작했다. 운치 좋은 외나무다리와 걷기 좋은 둔치 산책로, 전통가옥의 고즈넉함은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여유와 한가함의 가치를 전해준다. 바쁘게 소비되어야 하는 관광산업 콘텐츠에 질려버린 사람들에게 ‘힐링’이란 이런 것임을 알려주는 곳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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