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여! 신들의 아름다운 광채여! 낙원의 처녀들이여! 우리 모두 감동에 취하고, 빛이 가득한 신전으로 들어가자…세계 만민들이여, 성좌의 저편에 신을 찾아라. 별들이 지는 곳에 신이 계신다."

베토벤이 생전에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 시작과 끝 부문 가사다.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에는 교향곡 최초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가 ‘베토벤 합창’, ‘합창 교향곡’, ‘환희의 송가’ 등으로 불린다.

노래의 가사는 괴테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 2대 문호로 추앙되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An die Freude)’다. 베토벤이 20대 초반 시에 감명을 받아 언젠가 이 시를 위한 곡을 작곡하겠다고 다짐한 이후 30여 년 이 흐른 그의 말년에야 곡을 완성했다. ‘합창 교향곡’은 1824년 5월 빈에서 베토벤이 스스로 지휘봉을 잡고 초연했다. 당시 베토벤은 청력을 잃은 상태여서 마지막 악장을 마쳤을 때 청중의 엄청난 박수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내게 무엇을 선택할 기회가 남아 있다면 마지막으로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부르겠다." 9일(현지시각) 스위스 바젤의 작은 호텔에서 104살의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마지막 선택을 기자들에게 밝혔다. 구달은 지난 1일 오스트레일리아 ABC 방송에 출연해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로 가서 의료적 조치를 받을 것"이라며 ‘자발적 죽음’을 선택했다. 그는 생전 마지막이 될 회견에서 환희의 송가를 독일어로 불렀다. 작은 호텔방 회견장에 모인 여남은 명의 기자들이 송가를 부른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처럼 안락사를 금지한다. 스위스에서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상당 기간 동안 죽고 싶다는 명확한 뜻을 밝히면 안락사에 필요한 의료적 조처를 취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논쟁의 주제인 이른바 ‘스위스 옵션’이다. 식물생태학의 권위자로 평생 130여 편의 논문을 남긴 구달은 "나를 기억하려는 추모 행사를 갖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채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이자 마지막 장 ‘합창’의 선율 속에서 스스로 독극물을 주입해 죽음을 택했다. 세계인들에게 다시 한 번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