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DG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김태오 전 하나HSBC생명 사장이 최종 결정됐다. DGB금융은 2011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 수장을 맞게 됐다.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수장을 맞은 것은 지난해 은행 설립 50주년, 지천명의 연륜을 넘긴 DGB금융으로서는 뼈아픈 현실이다.

외부 수혈로 비자금 조성과 거액 투자금 손실, 채용 비리 등 각종 혐의로 실추된 DGB금융의 면모를 혁신할 수 있을 지 관심의 대상이다. 김 차기 회장 내정자는 “지역 기반을 넘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내상을 치유하지 않고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DGB금융 지주는 그간 내부에서 회장을 배출해 왔다. 하지만 각종 비리들이 터지면서 학연과 지연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 회장 공모 대상을 DGB 밖으로 확대 했다. 이는 그룹 내 학연과 지연에 얽힌 내부 인사구조가 각종 비위 사실들과 무관치 않다고 판단 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 내정자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도 중요하지만 우선 내부적으로 체재를 정비, 조기에 일그러진 조직을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DGB금융은 지난해부터 박인규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면서 지역민 신뢰도는 물론 임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실추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적이 지방은행 1위였던 DGB는 리더십의 부재 속에 올해 1분기 실적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구은행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등을 제치고 지방은행 1위를 차지했다. DGB는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909억 원 이던 것이 올해 1분기 918억 원으로 증가율 0.9%였다. 다른 지주사들이 두 자릿수 성장을 할 때 1% 성장도 못한 것이다. 지난 1분기 기준 DGB의 ROA(총 자본이익률)은 0.64%로 금융지주사 중 가장 낮았다. 이는 은행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적이다.

김 내정자는 은행의 지역영업과 리테일 업무 총괄 관리 경험, 지주사의 리스크, 인사, 전략, 홍보 등 경영관리 전반을 경험하고 보험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어서 DGB금융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적격자로 낙점됐다.

DGB금융은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성원 속에 성장했다. 대구은행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존폐 기로에 놓여 있었다. 당시 대구·경북민들은 ‘대구은행 주식갖기’ 운동을 펼쳤고 청약 금액은 1천억 원을 넘겼다. 당시 유상증자에 실패했다면 대구은행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구은행은 대구·경북사람들에게 ‘향토기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 기업이다. 김 내정자는 소통과 화합으로 조직 안정화에 주력하고 정도 경영으로 고객과 주주,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