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미회담 앞두고 국제사회에 '비핵화 신뢰' 메시지 전달
전문가 빼고 기자단만 초청···'보여주기식' 우려 목소리도

북한이 이르면 열흘 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약속을 이행할 뜻을 밝혔다. 관련기사 2.19면

북한은 12일 발표한 외무성 공보에서 23~25일 사이에 기상 상황을 고려해 갱도 폭발을 통한 핵실험장 폐쇄 의식을 진행하겠다면서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기자들의 현지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기자단을 위해 원산에 숙소를 보장하고 기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단이 핵실험장 폐기 상황을 현지에서 취재·촬영한 다음 기자센터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장 생중계가 아닌 녹화중계로 폭파 과정이 오픈될 것으로 예상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해 9월 3일 핵실험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한 장소로 북한 핵무력 개발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은 비핵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력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추가핵실험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필수적인데 이를 중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며 앞으로도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땅이 좁아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아주 적은데 암반층이 굉장히 단단한 풍계리가 핵실험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장소”라며 “4곳의 갱도를 폭파하고 인력을 철수하겠다는 것은 최소한 미래에는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보름 정도 앞두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단행하는 것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자신들의 의지를 미국에 확실히 전함과 동시에 북미 간 신뢰 구축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했던 구두 약속까지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대미 협상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문가가 대동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핵실험장 폐쇄는 기술적인 검증에서 한계가 있어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08년 핵 개발활동의 상징인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그 이후에도 핵개발에 매진한 사례가 있어 이번엔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합의 이행, 신뢰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전문가 초청은 앞으로 관련 국가들과 직접 조율을 거쳐 추가 발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기자단만 초청하고 전문가들이 배제된 데 대해 “북한이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핵실험장이 협소하다는 이유를 들어 취재진을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으로 한정하고 일본이 빠진 것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최근 미국을 설득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량 살상무기 등의 의제를 확대하려는데 대한 불만이 배제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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