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D-30일···미북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블랙홀로
정당 공약 발표 늦어지고 특색있는 지방정책도 실종
유권자도 관심 밖···깜깜이 지역지도자 뽑아야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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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나가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길거리 인사를 하는 사람들과 선거사무소에서 내건 대형 플래카드들이 즐비한 것 보면 선거를 하는 건 맞는데 술자리에서조차 선거 얘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드네요.”

지난 3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전격 사퇴로 방점을 찍었던 ‘미투운동’에 이어 4월 들어 ‘드루킹 사건’과 ‘남북정상회담’등 범국가적 관심사로 인해 6·13지방선거가 사라져 버렸다. 관련기사 3.4.5면

특히 올 지방선거와 함께 치를 것으로 예정됐던 개헌마저 미뤄지면서 지난해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던 ‘지방분권’마저도 쑥 들어 가면서 6·13 지방선거를 달궈줄 원동력마저도 차갑게 식고 말았다.

반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이날 ‘종전합의’를 비롯한 결과물들이 쏟아진 데 이어 북미 정상회담마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민의 관심사에서 지방선거는 잊혀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역시 지난달 불거진 ‘드루킹 사건’ 및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정치적·국가적 사태에 몰두하면서 지방선거와 관련한 공약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D-30일을 맞았다.

그나마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만에 단식을 그만두고,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인 우원식 원내대표를 홍영표 국회의원으로 교체하면서 물꼬를 튼 게 고작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외교·안보 이슈가 지방선거 하루 전인 6월 12일로 잡히면서 지방선거가 더욱 멀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말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와 이철우 자유한국당 경북도지사 후보가 결정되고, 지방자치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후보결정도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경북도지사 선거의 경우 이들 외에 바른미래당 권오을, 정의당 박창호, 대한애국당 류재희 예비후보 등 5명이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아예 관심 밖으로 내놓았다.

지난 4월 이후 술자리를 비롯한 각종 모임의 주 관심사는 드루킹 사건과 남북정상회담이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종전·남북경협 재개 등이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데다 북미정상회담 일정까지 확정되면서 향후 남북한 문제 및 국제정세 변화가 어떻게 이뤄질지만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은 정치쇼’라고 밝힌 뒤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고, 김성태 원내대표의 드루킹 특검 단식투쟁 역시 이슈화되면서 지방선거 소멸을 부추기는 형국이 됐다.

사태가 이렇게 되면서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 역시 맥빠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민주당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이슈로 끌어내면서 뭔가 기대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정당 간의 논쟁이지 지방선거와는 무관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오중기·이철우·권오을·박창호·류재희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는 각 당 후보로 확정된 뒤 다양한 정책공약들을 쏟아냈지만 관심 있게 지켜 보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각 후보의 정책공약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공약이 나오지 않으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들을 종합해 내놓은 공약들이 대부분이어서 후보별 특색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가장 주된 이유다.

그나마 경북도지사 선거는 정당별 경선이나 공심위 등에서 단수추천을 하면서 조금씩이나마 관심을 끌 수 있어 나은 편이다.

반면 경북교육을 책임질 경북교육감 선거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안상섭·이경희·이찬교·임종식·장규열 등 5명이 출마한 경북교육감 선거는 D-30일 됐지만, 특별히 앞서가는 후보 없이 고만고만하게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일부 유권자는 ‘교육감 선거는 언제 하는데?, 그런 선거도 있나?’라는 반응도 쉽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모 교육감 후보 캠프 관계자는 “교육감 선거는 전체 후보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선거”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교육감 선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실제 이 캠프뿐만 아니라 교육계는 물론 정계에서도 “교육감을 선거로 선출하려면 교육계에 한정하는 간접선거를 채택하든가, 아니면 임명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선거 역시 유권자들의 관심 밖이기는 마찬가지다.

포항시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A예비후보는 “어떨 때는 제가 돌린 명함을 얼굴도 돌리기 전에 내팽개치는 경우가 허다해 민망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동네 현안을 담은 공약을 이야기하고 싶어도 귀담아듣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은 이번 주를 시작으로 지방선거 관련 공약을 내놓기로 했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묻혀버린 지방선거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6·13 지방선거 하루 전날로 확정되면서 이번 지방선거 자체가 외교·안보 이슈 속으로 사라져 지방분권을 이룰 첫 지도자가 ‘깜깜히’로 뽑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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