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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공천이 마무리되고 있다. 각 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하고는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다른 야당을 누르고 압도적이다. 뿐만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이 지방선거 전날인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고 발표되면서 선거의 모든 이슈가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묻히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됨으로써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지방선거는 국민의 선거를 통하여 지방의 행정을 담당할 목민관을 선출하는 것이다. 다산 정양용의 목민심서는 19세기 조선의 부패한 지방관리인 목민관의 폐해를 없애고 지방행정을 쇄신하기 위하여 조선과 중국의 여러 책에서 자료를 수집하여 목민관의 마음가짐과 농민경제의 정상화 문제에 대하여 다룬 책이다.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은 평소 정치를 하면서 곁에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두고 읽고 또 읽으면서 마음가짐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하는 목민관 후보들도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한 번씩 읽고 평소에 이를 곁에 두고 목민관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선시대의 대과급제자들은 대과의 마지막 단계 시험인 전시(殿試)에서 임금이 내리는 시대의 현안에 대한 물음에 조선 당대 최고의 엘리트 지식인으로서 자신이 평소 갈고닦은 학문과 역량을 총망라하여 그 물음에 답을 제시하여야 했다. 이것을 책문(策問)이라고 한다. 곧 책문은 당대 조선의 현실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하여 대과의 급제자들이 자신의 역사의식과 정치철학 등을 바탕으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당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는 대체로 부와 이익의 편중, 기득권의 공고한 보수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조선의 젊은 엘리트 지식인들은 이러한 기득권을 타파하고 개혁하기 위하여 시대적 담론을 제시해야 했었다. 대표적인 책문으로는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을 묻는 세종의 물음에 ‘역사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는 성삼문의 책문과 ‘언로를 열어 직언을 들어야 한다’는 신숙주의 책문이 있고, 옛날의 이상 정치를 이루려면 오늘날 무엇에 힘써야 하는가에 대하여 묻는 중종의 물음에 ‘참된 마음에서 나와야만 행정이 실효를 거두고 기강이 떳떳하게 선다’는 조광조의 책문 등이 있다.

광해군 때에는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라는 임금의 물음에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라고 답한 임숙영의 책문이 있는데 임숙영은 죽음을 무릅쓰고 그와 같은 책문을 올렸고 이에 광해군은 자신의 실정을 극렬하게 비판한 임숙영에 진노하여 임숙영을 대과 급제자의 이름에서 삭제하라는 삭과파동까지 일어났었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 구속까지 되고 보수당은 국민의 지지에서 멀어져 지리멸렬해가고 있는데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 재위 시 임숙영같이 죽음을 무릅쓰고 간언을 한 관료들이 있었는가 싶고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않고 국민의 요구를 귀담아듣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도 문제였지만 현재까지도 처절한 자기반성은 별로 없고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개혁하기 위하여 몸으로 부딪쳐 고뇌하는 모습도 별로 보이지 않는 보수당의 현 모습이 더 안타깝기도 하다.

책문의 형식을 빌려조선의 현실을 개혁하고 바로 잡기 위하여 율곡 이이가 정치·경제·안보 등 다방면에 걸쳐 17가지 시대의 현안에 대한 물음에 대하여 스스로 고뇌 속에서 답을 제시한 담론이 ‘율곡문답’이다. 율곡 이이의 ‘율곡문답’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16세기에 쓰여진 글이지만 지금의 우리의 현실에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고 그 개혁적 정신에 대하여는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율곡 이이는 퇴계 이황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밤중에도 생각만 하면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습니다”하고 고질병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조선의 현실에 대하여 고뇌하는 마음을 담아 적어 보내었다. 이러한 마음가짐의 율곡 선생이었기에 그는 관직에 초연하였고 자신의 개혁이 받아들여질 수 없을 때에는 관직을 버리고 떠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국가사회의 문제점과 부조리를 개혁하고 더불어 보다 나은 공동체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목민관이라는 공직에 진출하려는 후보자들은 율곡의 이러한 공평무사한 마음가짐을 배우고 닮으며 시대적 현안에 대한 처절한 고민과 함께 시대가 당면한 문제에 대하여 답하려고 노력할 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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