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 명맥 잇는 창업주의 손자 진정하씨

▲ 포항 시민제과 전성기의 모습.
포항 시민들의 추억의 공간이자 만남의 장소로 반세기 동안 포항 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시민제과’가 문을 닫은 지 10여 년만에 부활한다.

시민들은 ‘포항 대표 랜드마크’ 귀환을 반기면서 그간 상권 위축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포항 중앙상가 구도심 활성화마저 기대하고 있다.

▲ 프랑스에서 제빵 유학중인 진정하씨.
14일 시민제과 창업주인 고 진석률 대표의 손자이자 창업주의 둘째 아들 진상득 2대 대표의 아들 진정하(36·사진)씨에 따르면 빠르면 오는 7월 중·하순께 시민제과가 기존 포항 중앙상가 북포항우체국거리 기존 건물에서 다시 문을 열며, 현재 건물 리모델링·제품 구성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민제과는 해방 직후인 지난 1949년께 옛 가고파극장 건너편에 맨 처음 ‘시민옥’으로 시작해 1959년 현재 건물로 확장 이전하며 ‘시민양과홀’로 명칭을 변경한 후 1960년대 마지막으로 시민제과로 이름을 바꾸었다.

포항 시민제과 창업자 고(故)진석률대표와 이윤영 여사. ‘시민양과홀’이라는 상호간판이 뒤편 천장에 걸려 있다.
지난 1963년 포항시에 1호 식품접객업소(휴게·일반음식점과 제과제빵점 등 통칭)으로 등록, 따라서 시민제과는 포항의 1호 제과점이다.

시민제과는 전통적으로 특히 팥빵·소보루·크림빵 등 단과자와 밀크셰이크·팥빙수는 물론 케이크·도넛·쿠키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어 남녀노소 전 연령의 시민에게 사랑을 받아왔으며, 시내 중심에 위치해 소개팅 등 만남의 장소로 큰 각광을 받았지만 지난 2005년께 문을 닫았었다.

특히, 국산팥으로 직접 삶아 만든 시민제과의 팥빙수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명물이었다.

시민제과 부활을 주도하고 있는 진정하 씨는 “해운업에서 원자재 운임 트레이더로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주로 맡은 업무가 빵의 주원료인 ‘밀’등 곡물의 대규모 거래로 운명적으로 빵과 인연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며 “아버지의 시민제과에 대한 아쉬움과 부활에 대한 오랜 권유도 분명 있었지만 보람되고 의미있는, 도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시민들의 너무도 큰 사랑을 받아 부담도 크지만 시민제과 재건에 도전키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포항 시민제과 이전 초기 건물 모습. 출입문에 ‘시민제과’ 라는 상호명이 보인다.
그는 2015년에는 르꼬르동블루 서울 분교에서 제빵 과정을 마쳤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 반 동안은 제빵 종주국 프랑스 파리 소재 명문요리학교인 ‘에꼴 페랑디 (ecole ferrandi)’에서 제과 과정을 수료하며 제과제빵의 기본기는 물론 빵과 디저트를 즐기는 문화를 몸소 익혔다.

이후에도 국내의 이름있는 제과점들에서 연수를 하며 우리 빵과의 접목을 연구했다.

진정하 씨는 “새롭게 시작하는 시민제과는 추억을 팔지는 않지만 ‘추억을 소중히 기억하는 제과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며 “단팥빵과 팥빙수 등 시민제과의 DNA를 형성하는 빵 재현은 물론 밀의 배합과 반죽의 숙성 등을 더욱 연구해 시민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빵도 더욱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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