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승의날···김영란법 시행 후 감사편지도 부담
경북 58개 초교 휴교···행사조차 없는 교육청도 8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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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14일 오후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와 다음날 학생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경북일보DB
“스승의 날 하루 쉬는 게 낫습니다. 제자들에게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 한 송이도 못 받고 감사 편지 조차 마음대로 받지 못한다니 기운 빠집니다.”

5월 15일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 유래는 1958년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의 청소년적십자에서 윤석란을 비롯한 단원들은 병환 중에 계신 선생님 위문과 퇴직하신 스승님의 위로 활동을 했던 것이 시초 계기가 됐다.

1963년에는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처음으로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하고 행사를 개최했으며, 1964년 5월 17일에 개최된 전국청소년적십자중앙학생협의회 총회에서 은사의 날을 스승의 날로 이름을 바꿨다.

1965년에는 세종대왕 탄신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이 해부터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기념일이 됐지만 1973년에는 ‘촌지’ 등 문제가 심각해서 정부의 사은행사 규제 방침에 의해 ‘스승의 날’을 폐지되기도 했다.

1974년 대한교육연합회에서 ‘스승의 날’ 부활을 건의하는 등 지속해서 부활 여론을 조성해 1982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스승의 날이면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꽃다발이나 편지, 작은 선물 등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학교 마다 스승이 날 기념식과 행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스승의 날도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두 번째 맞는 스승의 날 교사들은 “음료수 한 병 못 받고 꽃 한 송이도 부담스럽다. 학생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조차 함부로 받지 못하니 온종일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는 하소연을 한다.

일선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이 한참 남았던 이달 초부터 가정에 가정통신문 등을 보내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부했다.

이 같은 부담감 때문에 경북도내 467개 초등학교 중 58개교가 아예 새 학년 시작 전인 2월 학교마다 열리는 교육과정협의회에서 일찌감치 재량 휴업일로 지정했다.

경산 모 초등학교 관계자는 “스승의 날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부담되니 행사를 계획하기도 어렵고, 행사하면 어차피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워 휴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승의 날에 관한 부담을 느낀 경북교육청 소속 교사들은 아예 몇 년 전부터 교육지원청별로 별도 행사들 진행하고 있다.

영천, 상주, 문경, 경산, 청송, 예천, 울릉 교육지원청은 15일 지원청별로 배구 대회 등 교직원 체육행사를 하고 있으며, 영덕군은 14일 지역 내 교육 원료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준비했다.

의성교육지원청은 지역 내 학생과 학부모, 학교운영위원, 교사들이 모여 17일 금정산에서 행복 충전 꽃길 나들이 걷기 대회를 마련하는 등 포항, 경주, 영주, 성주, 군위, 청도, 봉화, 울진 등 8개 시·군을 제외한 17개 시·군 교육지원청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모여서 진행하고 있다.

과거 학교별로 자체 스승의 날 행사를 진행했지만, 최근 대부분의 학교별 스승의 날 행사를 하지 않으면서 교사들이 반응도 엇갈린다.

경산의 모 초등학교 10년 차 A 교사는 “스승의 날 행사가 교사와 학생, 서로에게 심리적인 부담이 많았는데 김영란법 이후 구설에 휘말리기 싫어 휴업하니 깔끔하다”며 “교권이 떨어진 상황에서 학교에서 여는 스승의 날은 ‘엎드려 절 받기’이니 차라리 없애자는 교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20년 여년 째 교편을 잡는 안동의 모 고등학교 B 교사는 “과거에는 학교마다 스승의 날 행사를 열고 아침에 카네이션 한 송이, 감사의 손편지 한 장 받던 시대가 지나고 김영란법 시행 이후 편지 한 장마저도 학생들에게 함부로 받지 못하게 되면서 사제간의 정이 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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