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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룡 DGB금융지주회장 직무대행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속에서 움직입니다.

동양철학에서 만물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천·지·인(天·地·人)은 하나의 우주를 이루고 있으며 위아래의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습니다.

하늘은 땅 위에서 올려다보이는 것, 땅은 물이 있는 곳을 제외한 지구의 표면, 그리고 사람은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영장류의 동물입니다.

조선시대 초학 아동 교과서인 계몽편(啓蒙篇)의 첫 번째 장인 수편(首篇)의 첫 소절에서는 천지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위에는 하늘이 있고 아래에는 땅이 있으니,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과 만물이 있다. 해와 달과 별은 하늘에 매여있고 강과 바다와 산악은 땅에 실려있다’ 이어 아비와 자식,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어린이, 벗과 벗 사이에 윤리적 질서가 있으며 이 다섯 가지 질서를 오륜(五倫)이라 하고 이것이 사람의 큰 차례인 인지대륜(人之大倫)이라 했습니다.

천자문의 첫 소절은 천지현황(天地玄黃)입니다.

천(天)을 파자(破字)하면(一+一+人)이니 하늘아래 땅과 사람입니다. 지(地)는 土+也인데 也는 천자문의 끝 글자며 결정형 어조사로 더 이상 없다는 뜻이니 땅(地)은 흙 그 자체라는 뜻이지요. 현(玄)은 가물가물하다는 뜻으로 하늘은 너무 높아 가물가물하여 검은 빛이 납니다. 황(黃)은 밭 밑에서 씨앗이 있어 촉이 터서 밭에 풀이 나오므로 아래에 두 획을 붙인 글자입니다. 이런 뜻을 종합해보면 “땅은 누르고 누런 땅속에서 촉이 터져 나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지현황은 주역의 문언전에 나오는‘天玄而地黃’에서 따온 것입니다.

대구 중구에는 삼덕동(三德洞)이 있습니다. 제가 은행의 초급책임자인 대리로 승격하여 부임한 곳과 지점장으로 보임을 받은 곳이 바로 이 삼덕동입니다. ‘삼덕’은 천덕, 지덕, 인덕을 갖춘 곳이라는 뜻이겠지요. 그 덕으로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많이 맺었습니다. 중구의 동쪽에 있는 삼덕동의 서편에는 동성로 주변의 야시골목, 로데오거리, 카페거리 등 상업지역이 위치하고 동편은 주거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국적인 사업인 담장허물기 사업이 시작된 곳이기도 합니다. 또, 국가지정 사적으로 지정된 경북대학교병원 본관(사적 443호)과 국가지정 문화재인 삼덕초등학교 옛 관사(官舍·문화재 581호), 그리고 도심 속의 사찰인 관음사가 삼덕동에 있습니다.

맹자(孟子) 공손추 하편의 첫 문장이‘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입니다. 하늘의 때는 지세의 유리함보다 못하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인화보다 못하다는 뜻입니다. 전쟁에서는 공격 시기보다 공격장소가 중요하고, 공격장소보다 공격하는 군사들의 사기와 화합이 중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오늘날 조직관리의 기본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데도 대부분 사람은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첫째가 비밀입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습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고 그 사람의 손과 발이 알고 있습니다. 다음은 공짜입니다. 세상에 공짜가 제일 비싼 것인데 사람들은 그걸 모른 채 눈앞의 공짜를 즐깁니다. 사실 공짜 뒤에는 엄청나게 큰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답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정답을 찾으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각자의 결과를 얻는 것뿐 인생에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답은 없습니다.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니 스스로 삶을 열심히 사는 것만이 정답일 것입니다.

하늘이 일러주는 시간과 땅이 주는 이익보다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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