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미라고 불렀던 것은 하이에나의 울부짖음이었다
내가 나뭇잎이라고 불렀던 것은 외눈박이 천사의 발이었다
내가 비라고 불렀던 것은 가을 산을 달리는 멧돼지 떼, 상처를 꿰매는 바늘
수심 이천 미터의 장님 물고기였다 내가 사랑이라고, 시라고 불렀던 것은
항아리에 담긴 바람, 혹은 지저귀는 뼈
내가 집이라고 불렀던 것은 텅 비었거나 취객들 붐비는 막차

나의 주인은 누구인가, 물으며
내가 나라고 불렀던 것은
뭉개진 진흙, 달과 화성과 수성이 일렬로 뜬 밤이었다 은하를 품은 먼지였다 잠자기 전에 빙빙 제자리를 도는 미친개였다






감상) 당신은 나를 뭐라고 부를까. 밥 먹을 때의 나와 머리 감을 때, 변기 위에 앉아있을 때의 나를 당신은 뭐라고 부를까.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당신을 올려다봤을 때 꿈결인 듯 참 예쁘다, 한 적 있지만 서쪽 하늘을 같이 올려다보던 저녁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잠이 쏟아지는 오후 두 시의 나를 보면 당신은 뭐라고 부를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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