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 노린 도박단 등 지역서 잊을만 하면 사건 터져
경찰 "패가망신 지름길임 알아야"

100억 원대 불법 도박판을 상습적으로 벌여 온 일당이 14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다섯 달 동안 안동의 야산 6곳을 돌아다니면서 산 정상이나 중턱에 천막을 쳐놓고 심야시간대 새벽까지 한 판에 최소 50명 이상의 사람들을 끌어모아 56차례에 걸쳐 도박판을 벌여 왔다. 판돈만 110억 원이 넘는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 도박 가담자들은 대부분 주부, 자영업자, 무직자들이다. 특히 전체 검거자 58명 가운데 70%인 40명이 40대에서 60대 사이 주부들로 70대 할머니도 포함됐다. 이들은 경북지역 거주자 말고도 대전, 거제도 등에서 원정 도박을 온 상습 도박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반고장 안동에는 잊을 만하면 도박단 사건이 터진다. 도청신도시 조성으로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노린 원정 도박단이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농가 수매자금을 노린 도박단이 무더기로 잡힌 적도 있다.

실제로 2012년 12월 안동시 이천동 한 농가에서 구미, 대구 등에서 온 원정도박단 1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농가 수매자금을 노린 이들은 경찰이 현장을 급습하자 일부 도박꾼은 당황한 나머지 화장실 변기통에 현금을 숨기기도 했지만 곧바로 들통났다.

한때 도청 이전지 주변에는 도청이전 보상금을 노리고 외지의 전문 도박꾼들이 활개를 쳤다. 유흥업소 종업원 등 일부 주민들은 거액의 도박 빚을 지고 야반도주하는 일도 발생했다. 한 주민은 이들 도박단에 걸려 20억 원이 넘는 돈을 탕진하는 등 피해자가 속출하고, 하우스를 개장한 도박단들은 도박판에서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했다.

2016년에는 안동의 한 마을회관을 빌려 수천만 원대 도박판을 벌인 주부도박단 22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번에 발각된 도박단은 안동시 와룡면 가구리 한 폐가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창고(총책), 마개(패를 돌리는 역할), 상치기(판돈 수거·분배), 문방(망을 보는 역할), 전주(돈을 빌려주는 역할)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도박판을 벌여왔다.

단속을 피하려고 인적이 드문 야산을 옮겨 다녔고 도박장으로 가는 길에 이중삼중으로 감시 인력을 배치해 접근을 차단했다.

‘안동 도박단’은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이를 비웃듯 버젓이 상습적으로 자행되고 있어 그 폐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또 도박판 운영자들은 각자의 역할을 세분화하는 등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경찰은 “주부들을 유혹해 도박 피의자로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고 폐해를 강조하고 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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