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상 한미연합공중훈련에 반발…北 대남라인의 속도조절 관측
美와 기싸움 의도있는듯…北 "조미수뇌상봉 운명 심사숙고해야"

한미 공중전투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지난 2일 오후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고 있다. 연합
북한이 오늘로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해 향후 남북관계가 주목된다.

일단 북한은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이유로 들었다.

오는 25일까지 2주간 진행될 이번 훈련에는 미 최첨단 F-22 스텔스 전투기 8대, B-52 장거리폭격기를 비롯한 F-15K 전투기 등 100여 대의 양국 공군 전력이 참가할 예정된 가운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번 훈련에는 이례적으로 F-22 8대가 참여하는데, 이 전투기는 북한군의 레이더망을 뚫고 들어가 핵과 미사일 기지 등 핵심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괌에서 이륙하는 B-52 장거리 폭격기도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폭격기는 32t의 폭약을 싣는 탑재량 때문에 ‘폭격기의 제왕’으로 불린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며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 입장을 밝혔다.

판문점 선언의 핵심 조항 중의 하나가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임에도 남측이 훈련을 축소하기보다 오히려 확대하고 북한을 겨냥한 훈련임을 공공연히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특히 북한은 남쪽에 보낸 통지문에서 회담의 ‘무기 연기’를 언급함으로써 훈련의 축소 또는 일정 조정 등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초 남측의 대북특별사절 대표단에게 4월 초 시작되는 키리졸브와 독수리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위원장)은 이전에 한국과 미국이 합동훈련을 계속할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해왔다”면서 “우리가 근거로 삼는 것은 김정은이 이전에 미국과 한국이 이러한 합동훈련을 하는 중요성을 이해하고 인정한다고 말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번 조치가 명분상 남쪽에서 치러지는 군사훈련에 대한 반발이지만,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남북관계를 잠시 쉬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통일전선부(이하 통전부)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북측의 대남기구와 관계자들은 쉬지 않고 약 4개월여를 달려온 셈이다. 여기에 북미관계 업무까지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관장하는 통전부 라인이 동원돼 관여하면서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다.

남북관계에 해빙모드가 조성되면서 국내 민간단체도 앞다퉈 평양으로 달려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번 상황을 핑계로 속도 조절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북한의 조치가 전면적인 남북관계 중단이나 북미정상회담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전반적인 ’대화 흐름‘이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은 한미 양국의 대규모 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이 치러진다는 사실을 알고도 지난 12일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 입장을 밝혔다. 또 15일에는 핵실험장 폐기 상황을 취재할 남측의 언론을 초청하는 통지문을 남측에 전달했다.

북한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이행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대북 소식통은 ”일단 북한이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회담을 무기 연기하는 조치를 했지만, 북미간에 합의된 정상회담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은 정상적으로 이행될 것으로 본다“며 ”남북회담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과 다양한 외교를 추진하는 북한 입장에서 이번 기회에 숨 고르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 연기가 표면적으로는 남쪽에 보낸 메시지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중앙통신은 회담 연기를 발표하는 보도에서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이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을 겨눴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핵 농축 및 재처리 시설의 제거와 핵무기의 해외 반출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 싸움을 벌이려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최근 미국 정부의 인권문제 거론에 대해 ”대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반발하며 의제를 조정하려는 입장을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단 북측의 입장을 접수한 상황에서 일단 오늘 열릴 예정이던 고위급회담의 연기는 수용하되, 북한 회담 연기의 의도를 다각도로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다양한 채널과 물밑 접촉을 통해 회담 연기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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