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현실 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 장 실장은 15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정책(일자리 안정자금)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는 없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통계에서 고용률과 취업자 수, 실업률, 청년실업률 등 고용 관련 주요 4대 지표가 모두 악화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통계 조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음날 곧바로 “아직 증거를 찾기엔 짧다고 하지만 최저임금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완곡하게 바로잡았다. 하지만 최근 각종 지표로 드러나는 경제 현실을 보면 정부의 경제팀에 장 실장과 같은 현실과 괴리된 인식을 가진 관료들이 많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지 않다면 관료들이 지난 시대처럼 책상머리에서 숫자노름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설치한 문재인 대통령 1호 정책인 고용정책만 봐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 실시간으로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했다. 15일이 상황판을 설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2~3월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 수준에 머물고 지난 3월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고인 4.5%에 이른다. 2~3월에 GM군산 공장 폐쇄, 조선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이 있었다지만 ‘고용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취업자 증가 폭이 3개월째 10만 명을 겨우 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3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머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취업자 수가 2686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3천 명 증가했다. 1월 33만4000명에서 2월 10만4000명으로 확 줄어들었고, 3월 11만2000명에 이어 지난달에도 또다시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취업자 증가 폭이 올해 2월부터 10만 명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가 꺾이며 제조업 부진이 장기화하고 그에 따라 고용에 악영향이 지속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영향에 주력산업인 제조업 위기가 지속 되면서 취업자 증가 폭이 부진한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또 “고용이나 물가지표,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경기가 꺾였다”고도 했다.

고용쇼크는 물론 여러 경제 지표들이 우리 경제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경제부처의 지나친 낙관주의와 안이한 인식이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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