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혐의 50개 대기업·자산가, 편법 상여·증여 집중 조사 방침
국세청, 신종 탈루 유형도 발굴

국세청이 일감 몰아주기, 자금 불법 유출, 차명재산 운용 등으로 사익을 추구한 대기업·대자산가를 상대로 정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기업을 사유물로 여기는 사주들의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이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큰 박탈감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은 16일 탈세 혐의를 받는 50개 대기업·대자산가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시작했으며 편법 상여·증여 혐의에 집중하는 ‘현미경식’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은 연 매출 1,000억 원 내외로 국세청이 5년 단위로 순환 조사를 하는 범위에 드는 30여 개 기업이다.

대재산가는 국세청이 소득이나 부동산, 주식, 예금 등으로 종합적 관리를 하는 계층으로 통상 기업을 끼고 있다.

국세청은 대기업의 자본변동 내역과 경영권 승계 과정, 국내·외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사주 일가의 재산·소득 현황 및 변동내역을 분석해 세무조사 대상을 ‘핀셋’ 선정했다고 전했다.

또, 금융거래 내역, 외환거래정보, 세금 신고 내역, 국내·외 탈세 정보까지 종합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자녀 출자법인에 일감 몰아주기나 끼워 넣기 등을 통한 부당 이득을 제공한 기업의 사주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친인척·임직원 명의의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위장계열사로 비자금을 조성하며 기업자금을 불법 유출한 기업도 조사를 받는다.

친인척이나 임직원, 외국계 펀드 명의의 주식 등 차명재산을 통한 변칙 상속·증여 행위도 포착됐다.

분할·합병, 우회상장 때 주식을 저가에 자녀에게 넘겨 차익을 변칙 증여한 기업도 조사 대상이다.

이 밖에 일하지도 않은 사주일가에 급여를 지급하는 사익 편취 행위도 들여다본다.

이들 기업의 탈루 혐의 소득금액은 적게는 수십억에서 천억대에 달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대상 대기업은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기업으로 100대, 200대 기업 등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사주일가의 편법 상여·증여 혐의에 집중하는 ‘현미경식’ 조사로 정상 기업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사 결과 탈세 혐의가 확인된다면 세금 추징은 물론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이러한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지능적 탈세 혐의 1307건을 조사해 2조8091억 원을 추징했다.

전년보다 65억 원 증가한 수치로 조사 대상 중 40명은 범칙 조사로 전환했고 이 중 23명을 고발했다.

국세청은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 상속·증여를 근절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 과정도 면밀히 검증할 계획이다.

또 경영권 편법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대기업계열 공익법인 검증·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빅데이터 분석도 활용해 신종 탈루 유형도 지속 발굴하기로 했다.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각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2∼3달 정도 소요되며 조사 뒤 집계해 연간 실적으로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공정위와 금융위 공조는 기존에 있었던 정보 공유를 강화해 필요하다면 법령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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