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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와 을의 반란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등록일 2018년05월17일 16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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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나비효과’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적기 대한항공 오너일가를 향한 전방위 수사가 전개되면서 국민의 이목이 대한항공에 집중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된 조현아의 ‘땅콩회항 사건’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한 지가 어제 같은데, 또다시 그의 동생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전파를 타면서 오너일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상상 이상이다. 주말마다 열리는 대한항공 관계 직원들의 촛불집회인 ‘을의 반란’은 당초의 예상과 달리 장기화 되는 양상으로, 조양호 일가와 경영진 퇴진을 압박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작은 땅콩과 물컵에서 시작된 기업 오너의 갑질 논란이 대한항공 오너일가 퇴진으로까지 전개되었으니 ‘나비효과’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쓰는 말이다.

대기업 총수가문의 갑질이 뉴스의 화재가 된 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사회적 지탄의 부도덕한 행태는 회사나 직원을 자기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재벌가의 비뚤어진 사고와 물질 만능이 빚어낸 일그러진 문화이며, 윤리적 가치관이 부족하여 만들어진 적폐이다.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에서 출발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이면에서 묵묵히 일하며 오직 국가와 자식의 내일을 위해 미래를 꿈꾸었던 국민의 숨은 노고와 희생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경제발전의 시스템에서 정경유착에 눈감고 오직 잘살아보자는 순박한 노동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았다면 오늘의 대기업과 지금의 대한민국이 건재하기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다수의 재벌기업들의 탄생과 부의 축적에는 정치와 경제가 맞물린 역사적 배경이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생소하게도 들리겠지만 72년 산업화시대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관한 정부의 긴급명령 ‘사채동결 긴급조치’가 대기업이 탄생하게 된 비경이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넘어서는 상상 이상의 파격적인 긴급조치로 기업에게 막대한 경제적 특혜를 주어 기업이 아무리 많은 부채를 지더라도 사업을 확장하고 보자는 문어발식 계열사를 만들어 부도덕한 기업의 비윤리적 가치관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의 타당성이나 목적 여부에 관계 없이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독특한 재벌기업풍토의 형성에서, 이번과 같은 갑질 논란은 군부독재 시절 정경유착이 빚어낸 재벌가의 부도덕한 경영행태가 고스란히 폭로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해 불가능한 고성을 지르며 분을 못 참는 안하무인격인 행동 하나하나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갑의 민낯이며 횡포인 것이다. 보통의 재벌기업들이 그렇듯이 복잡한 문어발식 순환출자 구조와 교묘한 상속으로 이루어진 오너 중심의 비정상적인 경영체제가 자본의 편중을 부추겨 실질적인 국민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된 지도 오래다. 총수를 중심으로 한 지배체제는 총수가문에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며 주요 계열사는 오너일가가 장악하는 폐단이 되어 회사나 직원을 마치 개인의 소유물쯤으로 여기는 몰지각한 사고를 만들었다.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움직임이 ‘을의 반란’이라는 전제에서 주주, 직원, 노조,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며,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문 경영인 중심의 지배 구조에 대한 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사회 전반에 걸친 갑질 문화는 구시대가 낳은 적폐이다. 2018년 오늘을 살고 있으면서 70·80년대 산업화시대의 전근대적 사고를 그리워하는 한 갑질 문화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비효과와 을의 반란’은 비단 대한항공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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