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jpg
▲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에 또 제동을 걸고 나왔다.

지난 16일 새벽 북한 측은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이날(16일) 평화의 집에서 열기로 한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 한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북측은 회담 연기 이유로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했다.

북한 측이 지적한 ‘훈련’은 지난 11일부터 2주간 남한 전역에서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Max Thunder)‘를 말한다. 이 훈련은 연례 한미합동 훈련으로 연간 2회씩 실시해 오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 측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통일부는 북측에 무기한 연기에 대한 우리 정부 측의 입장문을 보내고 ‘유감’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미국의 백악관 측은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번 사태를 대처할 것이며 미·북회담은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도 오는 23~25일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계획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발표대로 진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 측의 남북고위급회담 연기와 북미정상회담 취소 경고가 한반도 비핵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남한과 미국을 압박하는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특히 북측은 곧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 비핵화 요구를 누그러뜨리고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몽니’ 부리기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같은 북측의 갑작스러운 변덕에 대해 백악관의 대표적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 수위는 조금도 바뀐 게 없다”며 “북한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가혹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대표적 매파인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의 강공 드라이브가 현재의 수위에서 볼 때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이 이번 남북고위급 회담의 무기 연기와 ‘북미정상회담 취소 경고’의 꼼수가 자칫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판문점 회담 이후 비핵화가 가시권으로 접어들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CVID(완전한 비핵화) 또는 PVID(항구적 비핵화) 같은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요구 조건에다 최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북한이 가지고 있는 생화학무기도 비핵화에 포함시키고 핵무기 해체를 미국 측이 맡고 폐기된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옮겨오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가 완결되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북측은 존 볼턴의 이 같은 강공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을 느껴 북미정상회담 취소설을 터트린 것이라고 해외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지난 8일 다롄에서 2차 북·중 정상회담때 북한의 김정은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치 비핵화 협상 전쟁에서 이긴 ‘승전국’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시진핑 주석에게 토로한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미국 백악관 측은 북한이 주도해 국제적 선전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에 언론인들 이외에 유엔의 핵 전문가들도 현장에 참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최근 북측에 보냈었다. 이 때문에 유엔 핵 전문가들로 구성된 핵사찰단 파견 여부를 두고도 관계국 간에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는 등 미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어 이번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가 북한의 비핵화 검증 의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과의 주도권 경쟁이 이번 6월 북미정상회담까지의 과정과 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도출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