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나기 다녀가셨나

패인 구덩이에서 고물거리는 소문들

간밤은 요란하게 문제만 쏟아놓고

뒤집힌 천변은 답도 없이 어둑하게 말뚝을 친다

흘러갈 것은 늘 뒤도 없이 흘러가는데

휩쓸리지 못한 이름만 남아 웅덩이란 몸으로 웅성거린다

파닥거리며 넘어가는 것은 숨이 아니다

모여라 다 모여

비린 바닥들이 맞장구를 쳐댄다

어떤 이는 젖지 않은 그림자로 빠져나간다

무릎을 꺾기엔 수위가 너무 낮아 기웃거리다 마는 바람

옮겨갈 것도 없이 한나절 햇살로도 본색이 드러날

소문은 그렇게 또, 페이지를 넘긴다





감상) 시인이라는 그녀가 내 안에 와서 논다. 세 번째 갈비뼈를 툭, 건드리다가 가장 배부른 즈음의 위를 발로 쿵쿵 치거나 허파꽈리를 주무른다. 그 순간 내 몸이 나도 모르게 출렁거리면 화들짝 놀란 그녀가 등뼈에 매달려 뭄을 숨긴다. 한참 뒤 안심한 그녀가 복강 안으로 뛰어내린다. 수영을 할 줄 모르므로 그녀는 서서히 가라앉는다. 나는 그녀가 내 안에서 죽기를 바라므로 가라앉는 그녀를 가만히 지켜본다.(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